정부·여당이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에 이어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현재는 매년 연말 기준 상장 주식을 종목당 10억 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가 주식 양도세를 내는데, 이 기준을 50억 원, 100억 원 등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 여야가 과세 기준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만큼 야당의 반발도 예상되고 있으며, '부자 감세'와 올해 역대급 '세수 펑크(세수 결손)'에 따른 세수 감소 우려도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다.
13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주식 양도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정리해 조만간 세부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대책에는 주식 양도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재 국내 상장 종목 주식 보유액 10억 원(또는 코스피 1% 이상, 코스닥 2% 이상, 코넥스 4% 이상)에서 50억 원, 100억 원 등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대주주 기준은 2000년 도입 당시 100억 원에서 2013년 50억 원으로 하향됐고, 2016년 25억 원, 2018년 15억 원을 거쳐 10억 원까지 내려갔다. 이번 대책에서는 과거 기준에 따라 대주주 요건을 완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양도세 완화 추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당시 주식 양도세 폐지를 공약했고, 양도세의 단계적 폐지를 국정 과제에 포함시킨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주식거래가 큰 손이나 작은 손·일반투자자를 가릴 것 없이 주식 투자 자체에 자금이 몰리고 활성화가 돼야 일반투자자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며 '전면 폐지' 공약의 취지를 설명했다.
대주주 기준이 개편될 경우, 상장 주식을 종목당 수십억 원 이상 보유한 극소수 개인 투자자들만이 양도세를 부담하게 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 '2019~2021년 상장주식 양도세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주식 양도세 신고인원은 7045명으로 1년 전(6045명)보다 1000명(16.5%) 늘어났다. 이들은 2021년 기준으로 주식 개인투자자의 0.05%에 불과하다.
특히, 대주주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몰아서 매도하는 현상을 방지함으로써 연말 주가를 부양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0년 1월에서 2020년 1월까지를 표본 기간으로 설정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상장주식 거래를 분석한 결과 개인투자자들이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한 주식거래를 매년 12월과 이듬해 1월에 집중시키고 있음을 시사하는 행태들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이 대주주 지정을 회피하기 위해 12월에 순매도를 늘린 후 익년 1월에 줄어든 보유 규모를 일정 부분 회복시키기 위해 순매수를 증가시킨다는 의미다.
지난해의 경우, 대주주 확정일(12월 28일)을 하루 앞두고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1조1331억 원, 코스닥 시장에서 4039억 원을 각각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대주주 지정에 따른 과세를 회피하기 위해 매도 물량을 쏟아낸 것이다. 결국, 대주주 기준이 완화되면 그만큼 연말 매도 현상이 줄어드면서 주가 부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주주 기준은 법률이 아닌 시행령 사안이어서 국회 입법 절차 없이도 정부 자율로 개편할 수 있다. 즉,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도 정부가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어 올해 연말(12월 27일) 이전에 충분히 시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양도세 완화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불리는 권성동 의원은 1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 국민의 자산이 쑥쑥 커지기 위해선 적절한 영양제가 필요하다"며 "연말 매도 폭탄을 앞둔 현재 시급한 것이 주식양도세 기준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해 여야가 현행 주식 양도세 과세 제도를 2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만큼 양도세 완화를 재추진할 경우 야당의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해 정부·여당은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2년 유예하면서 이 기간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상향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부자 감세'라 규정하며 반대했다. 이후 여야는 현행 주식 양도세 과세 제도를 2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정부 또한 야당과의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대주주 기준 완화에 대해서 아직 방침이 결정된 건 전혀 없다"며 "변화가 있게 되면 야당과의 합의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협의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59조 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데도 '감세 카드'를 꺼냈다는 지적 또한 불가피하다. 앞서 기재부가 9월 발표한 '국세수입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은 기존 세입예산안 전망치 400조5000억 원에서 341조4000억 원으로 59조1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지난해 관련 보고서에서 "최근 4년 동안 양도차익 100억 원 이하에 해당하는 대상의 양도소득세를 제외할 경우 상장주식 양도소득세의 50.7%인 약 2조5000억 원의 세수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주식 관련 양도세는 6조8285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3.4%(2조8907억 원) 급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