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했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4주기 추도식이 열린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난 지 12일 만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방문 사실을 전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거실에서 즐겁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1시간가량 환담했다. 환담에는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이도운 대변인, 유영하 변호사가 배석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사저 현관 계단 아래까지 내려와 윤 대통령을 맞았다. 지난해 4월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을 집 안에서 맞았으나 이날 행동은 달랐다.
환담을 마치고 사저에서 떠날 때도 박 전 대통령은 차 타는 곳까지 윤 대통령에게 배웅하려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간곡히 사양하며 "대문 계단에서 들어가시라"고 했고, 유 변호사가 배웅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에게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다. 들어가시죠"라며 사저 안으로 안내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정원이 잘 갖춰진 느낌이 든다"고 했고, 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께서 오신다고 해 며칠 전에 잔디를 깨끗이 정리했다. 이발까지 한 거죠"라며 웃으며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당시 국정 운영을 되돌아보면서 배울 점은 지금 국정에도 반영하고 있다"고 박 전 대통령에게 말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재임 시절 주재한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산업통상자원부 창고에서 찾아 읽은 일화에 대해 소개한 윤 대통령은 "등사된 자료가 잘 보존돼 있어 박정희 대통령 사인까지 남아 있었다"며 "수출진흥회의 자료를 읽어보니 재미도 있고, 어떻게 당시에 이런 생각을 했는지 놀라웠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안다)'이라고 과거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에 "어떻게 그걸 다 읽으셨냐.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니깐 회의에서 애로사항을 듣고 바로 해결해 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만남에서는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상외교 활동에 대한 대화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수소차에 관심을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최근 관련 산업 동향에 대해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대화를 마무리하며 윤 대통령에게 "해외 순방 일정이 많아 피곤이 쌓일 수 있는데 건강 관리 잘하시라"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번에 뵀을 때보다 얼굴이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다.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란다”며 박 전 대통령 건강을 기원했다.
이 밖에 환담에서 두 전·현직 대통령은 날씨, 사저 정원, 달성군 비슬산 등 가벼운 주제부터 시작해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게 "사저 뒷산이 비슬산이 맞냐"며 "대구 근무 시절 의대 교수가 TV 방송에 나와 비슬산 자연이 질병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비슬산에서 새들이 날아와 정원에서 놀다 가곤 한다"고 화답했다.
대화 도중 박 전 대통령은 "어떻게 강아지를 6마리나 입양했냐"고 윤 대통령에게 질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처음에는 위탁 돌봄을 했는데, 정이 들어 입양하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브리핑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사저 현관 진열대에 지난달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추모식 행사 후 윤 대통령과 함께 오솔길에서 내려오는 사진도 놓여있었다. 해당 진열장에는 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정상 외교 시절 사진들이 전시돼 있는데, 윤 대통령과 함께 산책한 사진도 걸린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 산책한 사진을 가리키며 "대통령께서 좋은 사진 보내주셔서 여기에 가져다 놓았다"고 설명했다. 환담에는 차와 과일이 나왔는데, 차는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밀크티였다. 이 대변인 설명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밀크티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미리 준비했다고 한다. 과일도 윤 대통령이 좋아하는 감과 배가 올라왔다.
한편 환담을 마친 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잠시 정원에서 산책도 했다. 사저 정원에는 이팝나무, 백일홍 등 여러 가지 나무와 꽃이 많았는데 박 전 대통령이 하나하나를 윤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설명을 들은 뒤 "젊은 시절부터 꽃과 나무에 관심이 많으셨는지" 물었고, 박 전 대통령은 "예전에 청와대 있을 때부터 꽃과 나무를 좋아했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