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끝나고 얘기하면 안 될까요? 정신이 없네요”
10월은 ‘관가마비’의 계절이다. 정부 부처와 공기업은 국정감사가 열리는 10월은 모든 업무가 국감 대응에 쏠린다. 공기관은 마비 상태다. 어떤 문의도, 정책 집행도 모두 국감 이후로 밀린다. 부처 내부 대응과 후속 처리까지 고려하면 일 년 중 석 달은 국감에 ‘올인’하는 셈이다.
이렇듯 국가 운영을 책임지는 부처가 한 해의 4분의 1을 바쳐 국감을 소화하지만, 영양가는 없다시피 한다. 특히, 올해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는 여야 간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
당장,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선 영부인 일가 투기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만 논의됐다. 국토부가 준비한 타당성 분석 자료나, 외부 의견은 야당의 신뢰성 지적으로 제대로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또 한국부동산원 국감에선 지난 정부의 집값 통계조작 논란이 주를 이뤘다.
물론,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의혹과 집값 통계 조작 의혹은 중대 현안이다. 다만, 산더미처럼 쌓인 현안 중 단 두 개 사안만 놓고 국감을 진행하는 것은 국감의 본질에 어긋난다. 특히, 관할 범위가 넓은 국토부의 특성을 고려하면 두 개 사안에 집중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주택 공급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 부동산파이낸싱(PF) 부실, 해외 건설 수주 전략, 공공주택 안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등 주택과 국토개발, 교통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21대 국회의 마지막 해에 치러지는 국감이라 내용도 부실했다. 의원실의 진한 취재로 부처를 진땀 빼게 할 ‘한 방’도 없었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는 무대일 뿐이었다.
국감을 끝내고 얘기하기엔 급한 현안이 너무나도 많다. 실거주의무폐지를 위한 국회 법안 통과와 1기 신도시 재건축 활성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 국회만 풀 수 있는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마침, 국감을 맞아 부처와 국회가 모처럼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돌림노래 같은 국감 무용론을 끝낼 방안을 고민하기 좋은 때다. ‘맹탕국감’, ‘상시국감 대두’, ‘국감 무용론’. 매년 10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기사 제목을 내년부터는 쓰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