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明 다 내쫓으면 곤란한데'…이재명 '개딸 딜레마'

입력 2023-10-23 15:34 수정 2023-10-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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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23일 당무 복귀…'가결파 징계' 선긋기
강성 지지층·원외 친명, 비명계 압박 중단 미지수
"李, 경쟁력 있는 비명은 포용…'개딸 통제력' 관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당무에 복귀하면서 당의 단합과 내년 총선 승리를 다짐한 가운데, 일각에서는 '개딸'로 불리는 강성 지지층과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선에서 경쟁력 있는 비명(비이재명)계를 포용하고 싶어도, 권리당원 비중이 높다고 알려진 개딸이 경선 과정에서 조직적 낙선 운동을 벌인다면 이를 제지할 마땅한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개딸에 기대려는 강성 친명(친이재명)계가 당 전면에 서면서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당무를 재개했다. 장기 단식 후유증으로 지난달 18일 병원에 입원한 지 35일 만의 복귀다.

복귀 일성으로는 윤석열 정부 내각 총사퇴와 총선 심판론, 내부 단결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무능과 폭력적 행태의 표상이 돼버린 내각을 총사퇴시켜야 한다"며 "정부의 폭압으로 대한민국 시스템이 붕괴되고 과거로 퇴행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총선에서 정부의 잘못된 점을 엄히 꾸짖는 심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려면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 단결과 단합 위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혁신을 통해 국민 기대에 맞춰나가야 한다"며 "체포동의안 처리에 관한 일로 더는 왈가왈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가결 투표한 비명계를 징계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개딸이 이 대표의 단합 메시지를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개딸은 비명계를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의 '수박'으로 규정하고 욕설 문자 폭탄을 보내거나 지역구 행사를 방해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개딸이 당내 경선 과정에서 무차별적 비명계 낙선 운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현 민주당의 총선 경선 룰은 권리당원 50%·일반국민 50%를 반영·합산하는 방식이다.

이미 다수 비명계 지역구에는 친명을 내세운 비례대표·원외 인사들이 선거 사무소를 연 상태다. 때문에 지역 기반이 탄탄한 비명계라 해도 경선에서 친명계에 고배를 마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가 이날 가결파를 징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총선이 다가오고 개딸의 입김이 강해질수록 비명계 지역구를 노리는 친명계의 반대파 숙청론이 재차 고개를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원외 친명 그룹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13일 성명문에서 가결파를 겨냥해 "해당행위자에 대한 분명한 징계만이 진정한 당의 통합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계파 논리에 따라 경쟁력이 다소 부족한 친명계의 공천 가능성이 높아지면 정작 이 대표의 총선 구상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이 대표에게 가장 중요한 건 총선 승리인데, 경쟁력 있는 비명계까지 내치는 건 결국 자기 손해라는 것을 알 것"이라며 "개딸은 어떻게든 비명계를 처내려 할 텐데 이 대표의 의중과 무관하게 사태가 전개될 수 있다. 이 대표의 '개딸 통제력'이 얼마나 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대표는 비명계를 어느 정도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들의 숫자가 많으면 친명으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많지 않고, 탈당이라도 하면 골치만 아프다. (일부 비명계 포용은) 탈당 숫자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3~4명 정도 나가면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친명 일변도 정당 이미지 고착화로 외연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친명은 공천에 무조건 유리하고 비주류는 배제된다는 등식이 성립되면 중도, 무당층을 흡수하는데 애를 먹을 수도 있다"며 "선거에서는 팬덤도 중요하지만 팬덤에 휘둘리는 당으로 비칠까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공천 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때문에 비명계 내에서도 개딸과의 절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조응천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개딸만 추종하는, 혹은 혁신회의가 선도하는 팬덤정당을 이제 끊어내야 한다"며 "누구를 색출하고 골라낸다는 건 여당이 좋아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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