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하 유커)이 한국을 찾기 시작했지만, 면세업계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유커 귀환으로 매출 증가를 기대했었지만, 이들의 소비패턴 변화로 부진한 흐름을 보인 탓이다. 이에 업계는 신명품으로 불리는 신흥 패션 브랜드 유치와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확충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면세점 3사(신라·신세계·현대)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694억 원으로 추정된다. 직전 분기 대비 약 16% 감소하는 수준이다. 이는 면세점에 대한 시장 기대치인 797억 원을 13% 하회하는 수치다.
물리적으로 유커 수는 늘었지만, 매출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던 보따리상(다이궁)이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 8월 외국인 이용객수는 59만4385명으로 전년 대비 307.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6% 감소한 1조1366억 원을 기록했으며, 외국인 매출은 전년 대비 37.2% 감소한 8990억 원에 머물렀다. 면세점 이용객 수는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게다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도 바뀌었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8월 10일부터 9월 30일까지 명동 지역 6개 점포 중국인 매출액은 전년 대비 882%, 외국인 매출액은 494% 신장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면세점 대신 다양한 국내 중소 브랜드를 한자리에 갖춘 CJ올리브영으로 이어지면서다.
예상보다 매출 회복이 더디자 면세점 업계는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패션ㆍ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모객 경쟁에 나섰다.
롯데면세점은 올 7월 명동 본점에 디자이너 박문수의 브랜드 '더뮤지엄비지터' 매장을 오픈했다. 9월엔 신명품으로 통하는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아미'와 '메종키츠네'를 명동 본점에 오픈했다. 또 잠실 월드타워점과 부산점에는 라이프스타일 캐주얼 브랜드인 '스포티앤리치'를 론칭했다.
뷰티 브랜드 확충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9월 '시미헤이즈 뷰티' 매장을 꾸몄으며 독일의 럭셔리 브랜드 '아우구스티누스 바더'와 이탈리아 프리미엄 코스메틱 브랜드 '산타마리아노벨라'도 명동 본점에 문을 열었다. 이 밖에 월드타워점과 부산점에 서울뷰티위크관을 오픈하며 국산 중소 제품의 판로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서울점에 '꼼데가르송'(10월)과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11월) 등 패션 브랜드 입점을 앞두고 있다. 기존에 입점 중인 무신사스토어 내에도 '예일' 등 인기 브랜드를 추가 입점시켜 브랜드 구성을 강화하고 있다. 뷰티 카테고리의 경우, 서울점은 10월 말부터 △에이딕트 △파넬 △그로우어스 등 3개 토산 브랜드 팝업을 진행한다. 제주점에서도 믹순, 누그레이 등을 입점시켜 팝업 운영 중이다.
신세계면세점도 최신 트렌드에 맞춰 뷰티, 패션 브랜드를 대거 영입했다. 신세계면세점 명동점과 부산점에는 △토리든 △소녀콜라겐 △뉴라덤 △조선미녀 등 국내 뷰티 브랜드가 대거 입점했고, 명동점은 11월 어뮤즈 등 인기 브랜드를 추가 입점할 계획이다.
면세점 업계는 하반기 여행객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4분기부터는 실적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단체 관광 여행 재개 이후 면세점 내 단체 여행객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예상 대비 회복이 느린 상황"이라며 "4분기부터 내년까지 한국을 방문하려는 수요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