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톡!] 논란 많은 ‘특허심사 외주’

입력 2023-10-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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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이 특허로 등록받으려면 새로워야 하고 종래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없어야 한다. 발명자는 자신의 발명이 새로운 기술이고 종래 기술과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특허청의 심사관은 이미 알려진 기술과 동일한 점은 없는지 살피고, 동일하지 않더라도 그로부터 쉽게 도출 가능한지 검토한다.

심사관은 공익의 대변자 자격으로 이해관계가 없어도 잘못 등록된 특허의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장경제 원리인 경쟁의 원칙에 거슬러 20년간의 독점권을 부여하는 특허권의 부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신중하게 검토하다 보면 심사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특허심사를 꼼꼼히 하는 유럽은 국제특허출원(PCT) 절차에서 수행하는 국제조사도 유럽특허청이 수행하지 않았다면, 유럽 내부 심사 단계에서 보충 유럽 조사보고서를 한 번 더 작성한다. 이러다보니 유럽에 특허를 출원하면 등록되기까지 5년이 넘게 걸리는 일도 많다. 신속심사 프로그램이 있지만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라서 그런지 기간이 크게 단축되지는 않는다.

유럽처럼 특허 심사 적체가 많지 않은 미국에서는 2년 내외의 심사기간이 소요되지만 빠른 심사결과를 원하면 우선심사를 요청하면서 추가 비용을 내거나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특허조사문서인 선행기술조사보고서를 제출한다. 미국에서는 우선심사를 통해 후출원이 선출원보다 먼저 등록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심사기간이 보통 2년 이내지만 심사기간을 단축하고 싶은 출원인은 추가비용과 선행기술조사보고서를 함께 내면서 우선심사를 신청한다. 그런데 한국 특허청은 선행기술조사를 작성하지 않고, 특허청이 선정한 선행기술조사 전문기관에서 작성한 것을 사용한다.

보고서 비용은 출원인이 지불하는데, 초기에는 2곳의 독점으로 비용이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점차 수를 늘려 현재는 10곳으로 되었다. 선행기술조사가 심사업무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들 전문기관이 발명의 특허성 여부를 사실상 판단하는 협력형 특허심사 또는 심사 외주업무를 수행한다는 비판이 있다.

상표 심사의 적체도 심해지면서 6~8개월 걸리던 상표 심사 결과가 1년 6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상표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6~8개월이면 심사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니 출원인은 우선심사를 고려한다. 상표도 마드리드 의정서 절차를 통한 국제등록을 많이 하는데 이 절차로 외국에 등록된 상표는 한국에서 거절되거나 취소되면 함께 취소되기 때문이다. 상표 우선심사도 추가비용과 상표전문조사기관의 조사보고서를 요구한다. 변리사회가 조사기관 문제를 지적해 왔고, 최근 특허청 간부와 선행기술조사기관의 유착 비리가 감사원 조사로 밝혀졌다.

문환구 두리암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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