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층 마천루'로 거듭나기 위한 채비를 마친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난관에 봉착했다.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위법 사항을 발견하면서 오는 29일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 총회가 무산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사업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초조하게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그간 경쟁적으로 막대한 홍보 비용을 투입했는데, 사업 기간이 연장 된다면 추가 비용 지출로 인해 수익성이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주 영등포구청에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 과정에 정비 계획 위반 사항이 있는지 확인해 조치하라는 행정 지도를 내렸다.
지난해 8월 사업 시행자로 지정된 KB신탁은 일부 상가 동의를 받지 못해 중심 시설 용지를 제외하고 지정을 받았다. 그럼에도 이번 입찰 공고에는 동의를 받지 못한 부지들을 포함해 정비구역을 제시해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업계 내부에서는 서울시가 접수된 민원 내용을 확인하면서 전반적인 선정 과정을 검토한 데까지 이르렀다는 추측이 나온다. 앞서 열린 합동 설명회에서는 현대건설이 제안한 대안 설계가 신통기획 가이드 라인에 부합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에 한양 아파트 소유자 등이 서울시에 다수의 민원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 사업 시계가 처음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생기면서 사업 수주를 위해 입찰한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는 속이 타는 모양새다. 만일 시공사 선정 총회가 연기되고 사업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게 된다면 추가적인 비용 지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양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기존 588가구를 최고 56층, 5개 동, 아파트 956가구와 오피스텔 128실 규모의 단지로 시공하는 프로젝트다. 두 회사는 시공권 확보를 위해 수개월 간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홍보전을 펼쳐왔다.
먼저 현대건설은 3.3㎡당 824만 원 수준의 공사비와 하이엔드 브랜드 '디 에이치' 적용을 제안했다. 여기에 소유주들에게 최소 3억6000만 원 이상을 환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포스코이앤씨도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적용하고, 3.3㎡당 798만 원 가량의 공사비를 제안했다. 금융 특화 솔루션을 제안해 소유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도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KB신탁 측이 관련 안내를 주지 않겠냐"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포스코이앤씨도 "사업 일정이 변동돼 홍보 비용 등이 추가 투입될지 지금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KB신탁 측은 29일 총회 전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총회가 일정대로 추진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한양 아파트 소유주 가운데 일부가 일정대로 시공사를 선정한 이후 세부 사안을 논의하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이에 대해 KB신탁 측은 서울시와 주민 양쪽의 의견을 조율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KB신탁 관계자는 "아직 시공사 선정 총회가 일정대로 진행될지는 확실하지 않고 검토 중이다"면서 "주민과 서울시의 중간자인 만큼 양측의 의견을 조율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