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입시업계 등에서는 “상위권 학생에게는 확실히 (의대 입학)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의대 쏠림’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학부모와 수험생 사이서는 “내년 수능에 의대에 ‘몰빵(집중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오간다.
15일 입시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논의와 관련해 “지금의 의대쏠림에 더해 N수생 확대, 사교육비 등의 부작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상위권 수험생들에게는 (이번에 의대 입학 정원을 늘리게 되면) 의대 입학 기회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증원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파격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정부는 정원 확대가 시작되는 시점을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이 시험을 보는 2025년도 대학입시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19년 만에 정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다만, 교육계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이공계 우수인재가 의학계열로 빠져나가는 ‘의대블랙홀’을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계 한 인사는 “자연계열 ‘의대블랙홀’은 이공계 인재양성에 발목을 잡는 최대 걸림돌"이라며 "의대정원이 확대되면 의대쏠림이 가속화되면서 우수인재가 의대로 빠져나가 결국 정부의 첨단인재 육성 정책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자연계에서는 의대가 최고 선호 모집단위다. 다른 학과와 중복 합격했더라도 수험생들은 대부분 의대를 선택하는데, 정시에서 성과를 낼 경우 ‘의치한약수(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와 상위대학을 함께 지원할 수 있게 된다”면서 “결과적으로 최상위 대학인 서울대나 이공계 특성화대학을 갈 만한 우수자원들이 상당수 의대나 약대로 진학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공계열 학생들의 의대 이탈은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 서울대 신입생 중 휴학생이 400명을 넘어 5년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에서는 기존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지원한 학생이 다시 이과로 진학하거나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 쏠림은 한 번의 입시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 3년간 18개 의대 정시 합격자 10명 중 8명(79%)이 재수생·삼수생 등 ‘N수생’이었다.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벌써부터 “내년 수능에 의대에 ‘몰빵’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등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질문이 속속 나온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의대 열풍’은 예나 지금이나 있어왔다. 이번 정책으로 의대 문호가 더 넓어진다면 고등학생뿐 아니라 현재 이공계열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 역시 재수와 반수를 통해 의대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8 대입개편과 더불어 향후 의대 모집 정원 변화 등에 의대 관심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는 분위기라, 정부와 교육당국의 대입 정책을 신중히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