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의대 정원 논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과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의 집단행동으로 2020년 잠정 중단됐다가 올해 의료현안 협의체,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 운영을 계기로 재개됐다. 쟁점은 증원 규모다. 앞서 ‘2025학년도 입시부터 정원을 확대한다’는 방향에는 의·정 간 합의가 이뤄졌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주에 의대 정원 조정 규모와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대 정원 조정은 여러 정부를 거치며 손질 되어왔다. 2000년 의약분업 여파로 의료계가 총파업을 불사한 투쟁에 나서자 정부는 의대 정원 10% 감축안을 당근책으로 내놨다. 3500명이던 의대 정원은 단계적으로 축소돼 2006년부터 3058명으로 고정됐다. 지방을 중심으로 의사 부족 문제가 심화하자 정부는 2020년 국립의학전문대학원(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확대를 동시 추진했으나, 코로나19 유행기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막혀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코로나가 잦아들자 정부는 의료현안 협의체,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 정부는 2025년도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관건은 확대 규모다. 2021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한의사 포함) 수는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7명)의 3분의 2 정도다. 의학계열(한의학 포함·치의학 제외) 졸업자도 인구 10만 명당 7.3명으로 OECD 평균(14.0명)의 절반을 겨우 넘었다. 절대적인 의사 공급 부족으로 특정 지역·진료과목에 의료자원이 쏠려도 포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는 지역별로는 수도권, 진료과목별로는 성형외과, 피부과, 정형외과 쏠림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려면 적어도 연간 300~500명 규모의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확대도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할 이유 중 하나다. 독일도 인구 고령화에 대응해 1만1752명이던 연간 의대 입학정원을 지난해부터 5000명 추가 증원하기로 했다.
다만, 의대 정원이 확대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의대 정원 확대가 필수의료 분야 의사 공급 확대로 이어지기까진 10년 이상 걸린다. 의대생 6년, 수련의 1년, 전공의 4년 등 전문의 취득에만 11년이 소요되고, 남성은 여기에 군 복무기간이 추가된다. 결국, 향후 10년간은 현재 자원으로 비수도권, 필수의료 분야 의사 부족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우선 의료수가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2일 국정감사에서 “지역 간 의료 불균형에는 의료수가, 인프라, 정주여건 등이 문제”라며 “의료수가부터 손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선 기존에 별도 대책을 발표해 추진 중이다.
의협 등 의료계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움직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유행기와 달라진 여론 등을 고려할 때 2020년과 같은 강경 대응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2023 대국민 의료현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7.8%에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