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정책 기조와 무색하게 마약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정부의 허술한 마약 관리 문제점을 집중 추궁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공직자와 전문직 등 국민 생활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업인에 대한 엄격한 마약 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의원은 “올해 8월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서 사망한 경찰관에서 다수의 마약 성분이 검출됐다”며 “군인·군무원 마약 관련 처벌도 증가하고 있다. 경찰과 군인이 감시망을 피해 마약에 취한다면 어느 국민이 안심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겠는가. 엄중한 경각심을 가지고 강력한 마약관리 시스템을 확립해달라”고 당부했다.
식약처에서 시행하고 있는 마약류 의약품 기획감시에 대한 실효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5년간 식약처에서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 기획 감시 대상 중에 경찰 수사 의뢰한 의료기관이 총 269곳이다. 이중 경찰이 결론 낸 143곳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무혐의 처분됐다. 식약처의 기획감시가 무조건 잡아들이는 데 급급한 거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실효성 기획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식욕억제제 과다 처방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백 의원은 “지난해 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3만1804명이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았다. 이들에게 1186만 개의 식욕억제제가 처방됐고, 다른 마약류도 1030만 개 처방됐다”면서 “30~40대 여성에 대한 식욕억제제 처방이 전체의 59.5%로 가장 많다. 이들이 제대로 복용하는 게 맞나. 오남용을 예측하고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기관과의 공조도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 의원은 “식약처는 지난 5년간 마약류 오남용 환자에 대해 394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149건에 대해서는 결과도 모르고 있다. 마약류 오남용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342건 수사 의뢰 중 136건에 대해 결과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수사 의뢰 후 어떤 상태인지도 모른다는 말인데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마약퇴치운동본부의 낮은 인건비에 따른 높은 퇴사율을 지적했다. 한 의원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마약퇴치운동본부가 인건비를 제대로 지원받지 못해 이직률이 높다. 2019년에는 퇴사율이 64%에 달했다. 안정적인 업무가 불가능한 상태로 전문성이 결여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오유경 식약처장은 “의료용 마약류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기 때문에 범정부적으로 마약류대책협의회를 구성해 종합대책을 만들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대해 디지털 기법 등을 접목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