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와 원자재 가격 폭등이 촉발한 분양가 상승이 분양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일부 단지들이 평균 청약 경쟁률을 크게 밀어 올리고 있는 서울과 수도권의 분양 시장과 달리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단지들에서 미계약이 속출하는 등 양극화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분양가 상승으로 인한 청약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분양가는 계속해서 상승 중이다. 분양가를 책정하는 기본 공사 비용인 기본형 건축비는 6개월새 1.7% 상승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석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국 신규 분양 아파트 단지들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653만3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2.5% 상승했다.
여기에 올해 공급되는 신규 주택 물량이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건축비 인상,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는 품귀 현상이 겹치는 모양새다. 향후 분양에 나서는 단지들의 분양가 또한 내려갈 요인이 거의 없는 만큼 분양가 상승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승세가 분양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청약 시장에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반등에 들어섰다는 확실한 지표가 제시되지 않아 분양가에 따라 청약 성적표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직방이 발표한 '9월 아파트 청약 결과'에 따르면 서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77.0대 1로 전월 53.9대 1보다 올랐다. 서울 동대문구 e편한세상답십리아르테포레(99.7대 1), 서울 성북구 보문센트럴아이파크(78.1대 1), 서울 관악구 힐스테이트관악센트씨엘(65.5대1) 등이 모두 흥행했다.
서울을 제외하고 1순위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은 단지는 인천에서 나왔다.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 롯데캐슬넥스티엘'로 111.5대 1을 기록했다.
서울, 수도권과 달리 지방 지역에서는 청약 미달률이 높았다. 실제 광주 10.2%, 전북 13.3% 경기 76.9% 제주 77.5% 경남 89.8%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경기는 외곽 지역에서 주로 분양이 이뤄져 청약 미달률이 올해 2월 이후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청약 미달률이 높은 지역에서는 청약 접수자가 1명에 그친 단지도 있었다. 전북 무주군의 한 단지는 42가구 모집에 1명이 청약을 접수했다.
이처럼 지방 지역의 청약 미달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올해 청약 경쟁률 상위 10곳 중 9곳이 분양가 상한제 단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 상위 10개 단지 중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은 단지는 대전 둔산동에 들어서는 '둔산자이아이파크' 한 곳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의 분양 단지에선 미계약이 나오지만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불안감에 이른바 '착한 분양가' 단지에 청약 대기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단지들로 수요자들이 몰려들면서 이달 분양을 앞두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달 충남 아산시에 '탕정 푸르지오 리버파크' 분양에 나선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7층, 16개동, 1626가구(전용면적 59~84㎡)로 구성된다.
현대건설은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일대에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를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면적 60~85㎡ 아파트 851가구와 전용면적 84~119㎡ 오피스텔 945실, 총 1796가구 규모다.
또한 우미건설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일대 '다운2지구'에서 '울산 다운2지구 우미린 더 시그니처'를 분양하고 금강주택은 동탄2신도시 신주거문화타운에서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7차 센트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지하 3층~지상 20층, 10개동, 전용면적 74㎡·84㎡, 총 662가구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