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권깡' 불법후원 구현모 전 KT 대표, 벌금 300만원

입력 2023-10-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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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전 KT 대표 (연합뉴스)
▲구현모 전 KT 대표 (연합뉴스)
구입한 상품권을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방식으로 자금을 조성한 뒤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 원 규모의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후원한 혐의를 받는 구현모 전 KT 대표에게 벌금 300만 원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김한철 판사는 11일 구 전 대표를 포함한 KT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한 업무상 횡령 혐의를 인정하며 1심 선고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함께 기소된 전·현직 KT 임원들에게도 벌금 200만∼300만 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법인 또는 단체의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행위는 정치자금법 제31조 2항에 의해 명백히 금지된다”면서 “피고인들은 KT CR부문 임직원의 부탁을 받고 KT의 자금을 국회의원에 기부해 횡령한 것으로 회사 내 지위 등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들의 (전현직 임직원이라는) 직위나 경력에 비춰 봤을 때 개인 자금이 아닌 KT 법인 소유의 현금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한다는 사정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용인한 상태로 횡령에 가담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KT법인 내부에서 정부 기관, 국회 등을 상대하는 대외업무를 담당해 온 CR부문은 2014년 5월경부터 이른바 상품권깡으로 부외자금을 조성했다. 부외자금은 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자금을 통칭하는 용어다.

KT CR 부문은 해당 부외자금을 이용해 KT에 영향을 미칠만한 국회의원에게 임직원 명의로 4억 3800만 원의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기부해 왔다.

재판부는 “정치자금을 송금하지 않을 경우 (KT 사업과 관련된) 산적한 규제 법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회사에 불이익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추측 때문에 형사처벌까지 감수하면서 정치자금을 후원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다만 “피고인들이 사실관계 자체를 인정하는 점, 이번 사건의 범행으로 입은 KT의 피해는 정치자금 반납과 변제 등으로 모두 회복된 점, 개인적으로 (회삿돈을) 착복하기 위해 저지른 범행이 아니라는 점 등을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구 전 대표는 지난 7월 같은 범죄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미 1심 유죄에 벌금 700만 원 선고를 받은 바 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정치자금법 위반과 이번 횡령 건은 서로 구성요건을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라면서 “피고인의 공소 기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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