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등 일부 종합병원이 11일 파업을 예고함에 따라 진료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공공운송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가 11일부터 민영화 중단 등을 촉구하는 2차 공동 파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10일 의료계와 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4일 파업 전 마지막 조정 회의를 했지만, 결국 결렬됐다. 노조는 총 16차례 본교섭을 진행했음에도, 병원 측이 수용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실시된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투표율 89.4%, 찬성률 95.9%로 가결된 상황이다.
약 3800명의 서울대병원·서울시보라매병원 조합원으로 구성된 서울대병원분회는 하루 1000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분회에 속하지 않아 이번 파업과 무관하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의사 성과급제 폐지, 공공의료 수당 신설, 어린이병원 병상 수 축소 금지 및 무상의료 시행, 환자 정보 보호, 영리자회사 축소 등 의료공공성 강화 △필수인력 114명 충원 △실질임금 인상 및 노동조건 향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파업 기간 서울대병원분회는 중환자실·응급실 등 필수유지인력은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돌볼 계획이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해 11월에도 공공성 강화와 인력 충원 등을 주장하며 사흘간 총파업을 벌였다.
이번 파업과 관련해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파업까지 가지 않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 교섭에 임했지만, 입장 차가 있다 보니 (타결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면서 “꾸준히 입장 차이를 줄여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병원 본원과 칠골경북대병원 노동자로 구성된 경북대병원분회도 11일부터 파업에 참여한다. 이들은 간호인력 충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은 국립대병원이 공공기관 운영 방침에 따라야 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북대병원 노조가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는 투표율 82.1%, 찬성률 91.7%로 파업 찬성이 가결됐다. 노조는 파업 시 필수유지 업무를 위한 인원은 남겨둘 예정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교섭 결렬 시 추가 파업을 예고한 데다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노조들이 요구안을 관철하려는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파업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파업을 멈추는 시기는 정하지 않았다. 교섭안이 타결되면 멈출 것”이라며 “파업 중에도 교섭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병원이 파업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아 파업에 돌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10일 서울대병원 등에서 진행될 파업에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의료연대본부의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며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병원 노동자에게 ‘희생과 헌신’만 요구하던 정부는 이제 필수인력 충원, 공공의료 확대, 직무성과급제 중단 등 노동자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