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뱅, 디지털 금융 기술 DNA 동남아→글로벌에 이식 =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인 ‘슈퍼뱅크(PT Super Bank Indonesia)’에 10%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진행한다고 10일 밝혔다. 카카오뱅크의 첫 해외투자다. 슈퍼뱅크는 그랩과 ‘싱가포르텔레콤(싱텔)’의 컨소시엄을 최대주주로 한 인도네시아 디지털 은행이다.
이번 투자는 그랩과 동남아시아 사업 협력에 대한 파트너십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카카오뱅크는 슈퍼뱅크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 UX(사용자 경험) 혁신 및 상품, 서비스 기획을 담당한다. 여·수신 상품 및 서비스 기획 과정에도 참여한다. 동남아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윤 대표는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카카오뱅크의 디지털 금융 DNA를 동남아에 성공적으로 인식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은 2017년 취임 한 윤 대표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다. 올해 초 4연임에 성공한 그는 4월 기자회견을 열고 연내 동남아 진출을 선언했다.
윤 대표는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전략적인 서비스 제휴 및 기술 협력을 통해 글로벌 디지털뱅크 네트워크 구축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카카오뱅크가 미래 은행의 성공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다양한 기회를 모색해 중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해외 진출과 투자유치는 윤 대표의 전문성과 특유의 소통 능력이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그는 지난해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를 찾아 그랩과의 파트너십 및 슈퍼뱅크 지분 투자 관련 논의를 진두지휘했다. 올해 6월에는 태국 가상은행(인터넷은행) 라이선스 추진을 위해 태국을 직접 방문해 SCBX와의 컨소시엄 구축 논의를 진행했다.
강행군도 불사했다. 그는 지난 5월 미국, 8월 싱가포르·홍콩 등 해외 현지를 잇따라 방문,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카카오뱅크의 성과와 향후 성장에 대한 계획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며 투자자와의 소통을 확대했다.
◇국내 금융사 불모지 태국 진출 추진·디지털 혁신 금융 = 윤 대표는 국내 금융사의 불모지로 꼽히는 태국 진출도 추진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6월 태국 2위 금융지주회사인 SCBX와 손잡고 태국 정부가 추진하는 가상은행(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도전장을 던졌다.
지난달 태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최근 국내 인터넷은행을 찾아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 등을 살펴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 대표는 SCBX와 활발히 소통 중이다. 이미 양사 대표는 셔틀방문을 통해 한국과 태국을 오갔고, 이 과정에서 협력 가능성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뱅크의 태국 인터넷은행진출은 의미가 크다. 1997년 국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KDB산업은행, 외환은행, 하나은행 등 3개 은행이 철수한 이후 국내 은행이 영업 허가를 획득한 사례는 전무하다. 당시 태국 정부에서 철수를 만류했지만 국내 금융사들이 모두 떠나면서 앙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현지에 남아 의리를 지킨 일본계 금융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다. 이번 컨소시엄을 통해 인터넷은행 허가를 따내면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을 제치고 IMF 이후 태국에 발을 들여 놓게 되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보수적인 현지 상황에서 카카오뱅크는 현지 주요 금융지주사와 손잡고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협약 체결했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며 “양사의 제휴는 태국 금융 경쟁력 강화와 태국 내 금융 취약 계층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