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4분기가 시작된 10월부터 반도체 수출 개선 등으로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예상하고 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은 되레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고, 급등하는 국제유가는 물가를 압박해 내수를 제약하고 있어서다.
9일 정부부처 및 연합뉴스에 따르면 4분기 들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우리 경제의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21일 고금리 기조를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안정을 확신할 때까지" 유지하겠다고 공언하면서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졌다.
가계·기업부채가 불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장기화는 한국 경제 전반을 짓누를 수 있다. 그중 연체율이 상승세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은 대표적인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고물가도 우리 경제의 악재 요인이다. 지난달 27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93.68달러로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5개월 만에 최대폭(3.7%)으로 오른 것은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인한 석유류 가격 상승이 주원인으로 작용했다.
고금리와 고물가는 가계 이자 비용을 늘리고 실질소득을 줄이면서 내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8월 소매판매는 전달보다 0.3% 줄면서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는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경기 흐름이 나아지는 '상저하고'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살아나기 시작한 만큼 10월부터 경기 회복의 관건인 전체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우리 경제가 곧 반등할 것이란 분석이다.
8월 반도체 생산은 13.4% 늘며 산업생산지수를 끌어올렸고 9월 반도체 수출은 올해 최저 수준의 감소율(-13.6%)을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경기 위기 여전 등 불확실성이 확대된 탓에 반도체 수출 반등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9월 반도체 수출 실적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오히려 나빠졌다"라며 "반도체 업황도 조금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체 수출 감소 및 고금리ㆍ고물가 지속으로 우리 경제의 부진 우려가 큰 만큼 경기 대응 위해 정부의 재정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 국면에서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 중"이라며 "대규모는 어렵겠지만 선별적인 재정 확대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