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전히 집값 상승을 확신하기 힘든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내 집 마련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4일 기준)는 4.17~7.121%로 상단이 7%를 넘어섰다. 5년 고정형 금리는 4~6.441%다.
대출금리는 앞으로도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중앙은행(Fed·연준)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고 은행들이 만기가 돌아오는 고금리 예·적금 재유치를 위한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다.
주담대 금리 고공행진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의 장애물이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부담해야 할 이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을 때는 수요자를 더욱 꼼짝 못하게 만든다.
이미 부동산 시장의 거래는 위축된 상태다.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를 보면 올 들어 8월 말까지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37만4356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9% 감소했다. 앞선 5년 평균과 비교하면 37.3% 줄어든 수치다.
서울만 봐도 작년과 올해 초 침체를 벗어나 회복세를 노리고 있지만, 평년에는 미치지 못한다. 올해 9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2만6822건으로, 3만7000여 건이던 2021년과 비교해 1만 건 이상 적고 6만3000건에 달했던 2020년에 비해서는 절반도 안 된다.
실제로 시장에 집을 내놓는 사람은 많지만,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물은 계속 쌓이는 모습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7만2777건(5일 기준)으로 작년 말에 비해 43.6%나 증가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올해 초 5만~6만 건 수준이었다가 지난달 하순부터 7만 건을 넘겼다. 관련 수치가 집계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2020년 상반기 최대 8만 건까지 쌓인 적이 있지만, 당시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한시 면제가 적용됐던 시점이다. 다른 지역들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연초 이후 매물이 늘어난 모습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해 집을 팔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라며 "수요자들도 집값이 상승한다는 시각이 강하면 '영끌'이라도 하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 거래가 활성화되고 매물 적체가 해소되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금리가 장기화하면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차주)이 집을 내놓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출금리 오름세는 거래 위축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연초 급매물이 소진돼 수요자 입장에서 가격 이점이 사라진 데 더해 시장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작용하면서 확실히 거래가 주춤한 상황"이라며 "금리가 작년처럼 빠르게 오르지 않더라도 상당 기간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거래를 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