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따거' 주윤발 “검열로 홍콩영화 제작 어려워”

입력 2023-10-05 15:01 수정 2023-10-0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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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온 주윤발 “나 죽었다더라” 건강하게 웃어보여
“검열로 홍콩 영화 제작 어렵다” 진솔 고백도
당분간 마라톤 전념, 다음 달 홍콩서 대회 출전
8100억 기부에도 “이 자리 벗어나면 일반인”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영화의 현재를 묻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홍콩 영화스타 저우룬파(周潤發·주윤발)가 “검열로 제작이 어렵다”고 진솔하게 답했다.

저우룬파는 5일 낮 12시 부산 해운대 우동에 위치한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 수상 기자회견 무대에 참석해 ‘홍콩 영화의 현재가 어떻다고 보느냐’는 한 외신의 질문에 “검열이 심해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여러 부처로부터 대본을 완전히 승인받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그는 이어 “제한이 많아 홍콩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어려운 때”라고 설명했다.

또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많은 게 바뀌어 정부의 지침을 따르는 게 굉장히 중요해졌고 제작비를 투자받는 것도 어렵다”고 현실을 짚으면서 “그럼에도 여전히 ’홍콩의 정신’(Hongkong’s Spirit)이 살아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저우룬파는 전날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해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소감을 전할 때 역시 “홍콩의 방송국과 영화계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홍콩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홍콩 영화계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는 “1973년 배우 훈련반에 들어가 1년간의 수업을 받았는데, 당시 홍콩의 방송국이 없었다면 사람들에게 나를 알릴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방송국 덕에 영화계에도 진출할 수 있었다”고 각별한 의미를 짚었다.

영화 '영웅본색', '와호장룡', ‘첩혈쌍웅’ 등에 출연하며 1970~1980년대 홍콩 영화의 세계적인 전성기를 주도한 저우푼파는 국내에도 ‘영원한 따거’(형님)로 불리며 오랫동안 애정을 받아왔다. 이날 취재 현장을 빼곡히 채운 언론 사이에서도 팬을 자처하며 질문하는 이들이 연이어 등장했을 정도다.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불거졌던 자신에 대한 가짜뉴스나 수천억 규모의 기부 결단 등 개인적인 얘깃거리에 대한 생각도 소탈하게 터놨다.

이날 “와병설 정도가 아니라 아예 죽었다는 가짜 뉴스가 떴더라”라고 말한 그는 “나에게 (가짜뉴스는) 매일 일어나는 일이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너그럽게 웃어 보였다.

전재산 8100억 원을 기부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서는 “아내가 한 것, 나는 용돈 받으며 산다”는 위트 있는 태도로 몸을 낮췄다.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갖고 왔으니 갈 때도 아무것도 안 가져가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배우로 앉아 있는) 이 자리를 벗어나면 나 역시 지극히 보통의 일반인”이라는 겸허한 말도 덧붙였다.

부산에서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신작 ‘원 모어 찬스’를 비롯한 이후 작품 계획에 대한 질문도 연이어 나왔다. 국내 11월 개봉 예정인 '원 모어 찬스'에서 저우룬파는 자폐 아들을 둔 아버지 역을 맡았다.

저우룬파는 “’원 모어 찬스’같은 장르의 작품은 오랜만이라 나도 기대하고 있다”면서 “부자지간의 정을 다룬 주제의 작품으로 감동적인 장면에서 울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앞으로 작품은 정한 바 없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중국 정부의 검열 등 제한적인 영화 제작 환경 때문에 작품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개인 휴대전화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이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서 개인 휴대전화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때문인지 당분간 마라톤에 집중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11월 홍콩에서 마라톤 대회 출전을 앞두고 부산에서도 아침 달리기를 했다는 그는 “당분간 촬영 일정이 없을 때에는 운동선수로서 생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감독님들이 기회를 준다면 어떤 역할이든 도전할 마음이 있다”면서 “노인 역할을 하라고 해도 기꺼이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그는 “홍콩의 작은 바다 마을에서 태어나 18살에 연기자 생활을 시작한 내게 영화는 많은 지식을 가져다준 존재”라고 지난 영화 인생을 돌이켰다.

“공부를 많이 못 했기 때문에 영화를 찍으면서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세상을 배웠고, 역할을 맡을 때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다”면서 “영화가 없으면 저우룬파도 없다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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