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고유가와 농산물 가격 상승 여파로 3%대 후반으로 오르면서 5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로써 물가 상승률은 두 달 연속 3%대를 이어갔다. 정부는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다시 물가가 안정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이 5일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7% 상승했다. 이는 올해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8월(3.4%)에 이어 지난달에도 3%대 상승률이 지속됐다.
지난달 물가 상승은 산유국 감산 연장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4.9% 하락했다. 하지만 가격 하락폭은 고유가 여파로 7월 -25.9%, 8월 -11.0%, 9월 -4.9%로 축소됐다.
특히 석유류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0.25%포인트(p)를 기록했다.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내린 정도가 0.25%p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석유류의 물가상승률 기여도는 7월 -1.49(p), 8월 -0.57%p 등으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기상여건 악화로 농축수산물 가격이 상승한 것도 전체 물가 상승률을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3.7% 올라 전월(2.7%)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이중 농상물은 7.2% 상승해 작년 10월(7.3%) 이후 11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찍었다.
특히 사과(54.8%), 복숭아(40.4%), 귤(40.2%) 등 신선과실이 24.4% 오르며 2020년 10월(25.6%) 이후 최대 폭의 상승을 보였다. 신선과실은 계절 및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과실 품목들을 말한다. 생강(116.3%), 당근(37.2%), 쌀(14.5%) 등의 가격도 높은 오름폭을 보였다.
개인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8월 4.3%에서 9월 4.2%로 축소됐다. 4.2% 상승률은 20개월 만에 최저상승이다.
전기·가스·수도도 7월 21.1%, 8월 21.1%, 9월 19.1%로 상승 폭이 둔화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3.8%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3% 상승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주재한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그동안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었던 서비스물가 둔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3% 초반을 유지하고 있어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다시 물가가 안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국제유가 상승이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계속 반영되겠지만 수확기 도래 등으로 농산물 가격은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추 부총리는 "최근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정부는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서민물가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농축수산물의 경우 이달 말 관계부처 합동으로 '김장재료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해 배추·무 할인지원, 정부 공급 확대 등을 통해 서민 김장 부담을 덜어드리고, 생산 부족으로 가격이 오른 사과는 계약재배 물량 1만5000톤을 최대한 신속히 출하해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석유류의 경우 국제유가 대비 과도한 인상이 없도록 업계 협력 및 현장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서민부담 완화를 위해 '동절기 난방비 대책'을 이달 중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