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비금융 사기업 회사채, 전 분기 대비 37%↓
국내 기업들, 치솟는 금리에 수요예측 발길 '뚝'
고금리 장기화 전망 확산…비우량 발행율 10% 그쳐
미국 국채 금리의 뜀박질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의 숨이 가쁘다 못해 벅차다. 전날(현지시각)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4.8%를 넘어서면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채가 오르자 국내 국고채도 따라 반응하고 있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10년물은 전장보다 29bp 뛴 연 4.3%를 돌파했다. 기업들의 자금줄을 쥐고 있는 회사채 AA- 3년물 금리도 덩달아 뛰어 오른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사실상 소멸하면서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난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분기 비금융 일반 사기업 회사채(SB)는 직전 분기 대비 37% 급감한 17조1000억 원이 발행됐다. 올해 2분기 발행액은 27조3000억 원으로 1분기(32조6000억 원) 대비 소폭 감소했으나, 3분기 들어 20조 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떨어진 셈이다.
기업들은 회사를 운영하거나 신규 투자, 기존 부채 상환 등을 위해 회사채를 찍어 시장에서 돈을 빌린다. 그러나 금리 급등에 따른 채권값 하락과 경기 침체 우려로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주길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업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반 공모채는 금융채와 달리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수요예측을 거쳐 금리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투심을 확인할 수 있다. SB 발행이 얼어붙었다는 점은 기업들이 스스로의 신용도와 성장성을 바탕으로 자신있게 수요예측에 나서 시장 참가자들로부터 주문을 받는 대신 사모채, 단기 자금 시장을 통해 자금을 해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의 비우호적 자금 조달 환경에는 금리 급등이 작용하고 있다. 고금리가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향후 금리 인상 기대치를 나타내는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것이다. 전날 마이클 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은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까지) 시간이 좀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마저도 신용도가 높지 않은 비우량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은 더욱 험난하다. 올해 3분기 신용등급 ‘AA’ 미만 회사채의 발행액은 1조8000억 원으로 전체 발행액의 10.3% 비율에 그친다. 직전 2분기(4조6000억 원) 대비 절반도 못 미치는 셈이다.
회사채 발행이 마르자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는 기업 신용도와 산업군에 따라 양극화가 교차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의 신용등급을 살펴보면 ‘AAA’(KT&G) 또는 ‘AA’(SK, 현대트랜시스, 포스코퓨처엠 등) 우량 등급들이 빼곡하다. 일부 ‘A-’ 또는 ‘BBB’ 등급 기업은 수요예측에서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으지 못하고 ‘미매각’이라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