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금리와 함께 대출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대를 넘어서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은 차주)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 27일 기준 주담대 고정금리(혼합형)는 연 4.00~6.12%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연 3.38~6.25%)과 비교하면 하단이 0.62%포인트(p) 높아졌다.
주담대 금리가 오른 것은 지표로 쓰이는 5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꾸준히 오르던 은행채 금리는 미국 중앙은행(Fed·연준)이 긴축 장기화를 시사하면서 상승 속도가 더 빨라졌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는 지난달 21일 기준 4.517을 기록하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은행채 단기물 등을 기준으로 삼는 신용대출 금리 역시 신용등급 1등급, 만기 1년 기준 연 4.57~6.57%로 전월 말(4.42~6.42%)보다 상하단이 0.15%p씩 상승했다.
코픽스(예적금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주담대 변동형 금리 상단은 9개월 만에 연 7%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달 21일 기준 4대 은행의 변동금리는 4.270∼7.099%로 나타났다. 전월 말보다 상단은 0.130%p 올랐지만, 하단은 오히려 0.030%p 떨어졌다.
하단이 하락한 건 변동금리의 주요 지표금리인 코픽스가 0.030%p(3.690→3.660%)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 은행들이 시중금리 상승을 반영해 상단 금리를 올리면서 상단은 연 7%대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연 7.603%) 이후 9개월 만이다.
대출금리는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연준은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거기다 시중은행이 고금리로 판매했던 예적금 만기가 돌아오면서 재유치를 위한 금리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4월까지만 해도 3.5%도 채 되지 않았던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4%대를 넘어섰다. 예금 금리를 올리고 은행채 발행을 확대하면 은행의 조달 비용은 증가한다. 이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집값 반등을 기대하면서 50년 주담대 막차를 탔던 ‘영끌족’들의 한숨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5대 은행의 지난달 21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539억 원으로 8월 말(680조8120억 원)보다 1조 6419억 원 늘었다. 5월 이후 5개월 연속 증가세로 20여일 만에 이미 8월 증가폭(1조5912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주담대는 516조8756억 원으로 같은 기간 1조8759억 원이나 불어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주담대처럼 대출을 장기간 이용한다면 금리가 낮은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고 추후 갈아타기를 검토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