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빨간불’ 켜지기전 답 찾아야

입력 2023-09-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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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 수준은 글로벌 톱 클래스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씁쓸하죠.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의학 수준을 갖췄고, 전국민 건강보험이라는 좋은 보건의료시스템이 있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고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눈길을 끄는 방송 프로그램 ‘청춘의국’에 대한 이야기 중 나온 한 의료계 관계자의 말이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보건의료정책이나 건강보험재정 문제는 우리 사회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머리를 맞대고 답을 찾아야 하는데,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이 급한 불 끄기에만 초점이 맞춰진 듯 해 답답하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미래 세대를 위한 의료시스템과 건강보험재정 등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방향성이 실종됐다는 평가다. 필수의료 대책, 의료인력 수급, 건강보험재정 건전성, 공공의료시스템 등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해도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전임 정부의 잘못(?)을 따지며 모든 것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아끼고’, ‘줄이고’를 내세운다. ‘의료남용, 무임승차, 혈세낭비’라며 사회적 합의로 수십년간 구축해왔던 ‘건강보험 보장성’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미래 세대 건강을 책임져야 할 건강보험재정 건전성과 직결된 ‘건강보험료율’과 ‘건강보험 국고지원’에 대한 고민도 보이질 않는다. 당장 26일 열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선 내년도 건강보험료율을 결정해야 한다. 올해 8월 결정돼야 했지만 의료 가입자(수급자)와 공급자(요양기관) 등 건정심 참여 주체간 의견 차가 커 결정이 미뤄졌다.

문제는 올해 건보료율은 직장가입자 기준 국민건강보험법에 명시된 상한 8%에 육박한 7.09%로, 당장 내년에 1% 이상 건보료율을 올리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물론 국회도 건보료 인상률과 건보료율 상한 폐지를 쉽사리 언급하지 않는다. ‘보험료 인상’이라는 정치적, 사회적 부담을 떠안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재정 적자라는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경고음은 곳곳에서 나온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은 급격한 고령화 등 영향으로 건강보험재정 건전성이 악화되, 2030년엔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문제는 ‘건강보험 국고지원’이다. 현재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의해 국가재정으로 건강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14%, 건강증진기금 6%)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달 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고지원금은 12조4284억 원(14.4%)으로, 지난해 대비 1조4000억 원 이상 늘었지만 법에 명시된 지원기준엔 모자란다.

최근 5년 건강보험 국고지원 현황을 보면 2018년 13.2%, 2019년 13.2%, 2020년 14.8%, 2021년 13.8%였고, 지난해와 올해도 14%로 매년 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한시적인 것으로 지난해 일몰제가 적용됐지만, 올해 이를 5년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 2027년까지 늘었다. 따라서 장기적인 건강보험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한시 규정을 폐지하고, 지원금을 20%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럼에도 국회와 정부는 여전히 손을 놓고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건강보험재정 건전성 강화 대책 마련에 당장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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