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준<사진> C&W 코리아 오피스 총괄 본부장은 회사의 강점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1일 이투데이는 최 본부장을 만나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 진단과 전망,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시장의 미래와 C&W의 장기 계획을 엿들었다.
최 본부장은 “C&W에서 일한 지 올해 15년째로 개발 경험과 호텔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B2B(기업간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관심을 갖고 일할 수 있어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그간 한국을 포함한 세계 상업용 오피스 시장 흐름을 일선에서 지켜본 만큼 시장 분석과 전망에 막힘없이 답변을 쏟아냈다.
먼저, 최 본부장은 한국의 상반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임대인 우위’ 시장으로 정리했다. 최 본부장은 “상반기 임대인 측에선 굉장한 호황기였다”며 “임차사 수요는 늘었지만, 신규 공급은 굉장히 제한된 상황이 이어져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 적게는 30~40%에서 많게는 70~80%까지 임대료가 인상됐다”고 말했다.
올해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도 이런 시장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최 본부장은 “(상반기 기조가) 하반기에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다만, 주요 스타트업의 투자가 최근 꺾이다 보니, 공유오피스나 스타트업 사무실이 이면이나 삼면으로 이동하면서 일부 공실이 발생해 임대료 상승세가 소폭 둔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서울 내 주요 업무권역의 오피스 포화 상태가 이어지면서 마곡이나 상암 등이 대체지로 부상할 것이란 의견도 내놨다.
최 본부장은 “마곡지구 내 오피스 공급이 대규모로 내년부터 시작되는 데 사실 기존에 마곡지역은 임차사들이 선호하는 시장이 아니었지만, 최근 주요지역 임대료 인상이 이어지면서 마곡으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영등포와 신도림, 당산, 합정, 상암도 주요 권역으로 보기 어렵지만 주요 지역 임대료 상승에 따라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은 직원 편의성을 포기하더라도 옮기는 사례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2030년 이후 장기로는 서울 내 오피스 대규모 공급이 예정된 만큼 시장 상황이 재차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최 본부장은 “서울 강남지역에선 코엑스 인근 한국전력 부지와 정보사령부 부지 개발이 메인 축을 이룰 것이고, 넓게 보면 잠실종합운동장 마이스 개발도 대규모로 진행될 것”이라며 “여기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용산지구 개발도 가속화하면 2027년 이후부터 2030년대 초반까지 시장 내 대규모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서울 오피스 시장의 강세는 세계 주요 도시의 흐름과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활성화 영향 등으로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대폭 줄었다.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의 경우 평균 20~30% 수준의 공실률을 기록 중이다. 이 여파로 국제 공유오피스 1위 업체 ‘위워크’는 상장 폐지 절차에 착수할 정도다. 하지만, C&W가 집계한 서울의 2분기 오피스 공실률은 2.6% 수준이다. 임대 기간 종료 등을 고려한 자연 공실률이 5%임을 고려하면 빈 사무실이 없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최 본부장은 “서울은 유럽과 미국 시장과 다른 점이 있는데 먼저 2010~2015년 서울 오피스 시장 과잉 공급으로 임차사들이 고통스러운 시절이 있었고, 그 영향으로 2015년 이후 공급이 대폭 줄었다”며 “이후 구조적으로 공급이 줄었지만, 수요는 꾸준했다. 결정적으로 코로나19 유행 때 수혜를 본 IT기업이나 게임사, IT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대규모 확장을 거듭하면서 시장 공실을 모두 흡수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 본부장은 “여기에 한국 기업의 문화적 특성상 여전히 사무실에 출근해 근무해야 하는 기조가 코로나19 이후에도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외국처럼 완전 재택근무는 시행하지 않는 구조고, 유연한 근무 환경이 적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한 구조의 업무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오피스 컨설팅 시장에 국내 기업까지 가세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업계 최고 수준의 C&W도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최 본부장은 C&W의 규모와 업력을 고려하면 후발 주자와 격차를 벌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 본부장은 “C&W는 임차사의 프로젝트를 가장 많이 수행하는 회사고, 다양한 서비스를 확장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단순하게 필요한 공간 규모를 제시하는 수준을 넘어서 컨설팅 전에 임차사의 부서 운영 방식, 조직원의 커뮤니케이션 방법, 영업 부서의 실제 오피스 상주 시간 등 세부 사항을 검토해 최적의 공간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곳곳에 지사를 갖춘 글로벌 기업의 장점도 십분 활용한다. 최 본부장은 “다국적 테크기업의 국내 데이터 및 AI센터 확장 등 비밀리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많다”며 “최근에는 국내 2차 전지 기업이나 자동차, 반도체 기업의 외국 진출 의뢰도 많아 최근 전담 인력을 확충했고, 이를 통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빌딩 정보를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 등도 준비 중이다. 최 본부장은 “내부적으로 빌딩 정보를 취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 중인데 데이터가 누적되면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AI를 통한 딥러닝과 부가 데이터 추출 가능성 등을 장기 계획으로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 본부장은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조선호텔 마케팅 사업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호텔 운영보다는 개발 등 부동산 영역에 흥미를 느끼고 본격적으로 부동산 업무 권역에서 일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현대건설에선 리조트 PM 등을 담당했고, 이후 C&W로 자리를 옮겼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상업용 부동산 컨설팅 회사인 C&W는 1917년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됐다. 지난 2000년 한국 지사 정식 설립 이후 올해 23년 차를 맞아 발전과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한국 지사에만 총 180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으며, 매년 10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