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거닐며 고인 추억 나눠요”…공원 묘지 조성한 영국·오스트리아 [해피엔딩 장례]

입력 2023-09-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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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9-21 17:32)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⑤-1. 공원으로 조성된 하이게이트 묘지·빈 국립중앙묘지

묘지 옆 공원서 바비큐 즐기는 ‘하이게이트 묘지’
관광객 필수코스로 거듭난 ‘비엔나 국립중앙묘지’
고인 추모 비롯해 시민들의 일상 공간으로 조성

▲런던 하이게이트 묘지 서쪽 묘역에 들어서면 아스팔트로 잘 포장된 도로 양 옆에 묘비가 조성돼있다.  (정유정 기자 oiljung@)
▲런던 하이게이트 묘지 서쪽 묘역에 들어서면 아스팔트로 잘 포장된 도로 양 옆에 묘비가 조성돼있다. (정유정 기자 oiljung@)

유명한 사람들이 묻혀 있는 공동묘지니까 사람들이 많이 와요.
그러니까 우리 어머니도 외롭지 않으시겠죠. 그 점이 좋아요.

7월 23일 영국 런던 ‘하이게이트 묘지’에서 만난 수(60) 씨는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어머니와 시어머니를 만나러 묘지에 방문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하이게이트 묘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방문객 대부분은 이곳에서 예의를 지킨다”며 “그들 덕에 어머님이 외롭지 않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답했다.

‘하이게이트 묘지’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형 공동묘지 중 하나다. 1820년대 기존 교회 내 묘지가 포화되고, 기독교인도 매장될 곳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런던 공동묘지 컴퍼니’에 의해 건립됐다.

하이게이트 묘지는 팝스타 조지 마이클, 작가 조지 엘리엇과 더글라스 애덤스 등 유명인사들이 잠들어 있는 관광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이곳은 이집트식 기둥 등 역사 유적을 볼 수 있는 서쪽 묘지와 독일 태생 사상가 칼 마르크스의 묘비를 만날 수 있는 동쪽 묘지로 나뉜다. 묘지 입구 안내소에는 마르크스를 상징하는 인형·엽서 등 다양한 기념품이 판매되고 있다

▲런던 하이게이트 묘역에 있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칼 마르크스의 묘비. (정유정 기자 oiljung@)
▲런던 하이게이트 묘역에 있는 독일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칼 마르크스의 묘비. (정유정 기자 oiljung@)

마르크스가 잠들어있는 동쪽 묘지에는 숲길을 거닐며 자유롭게 고인을 추억하는 방문객이 많았다. 한 관광객은 작가 더글라스 애덤스의 묘지 앞에 직접 챙겨온 볼펜 한 자루를 내려놓고 짧게 기도했다.

마르크스 흉상 앞에서 두 손을 들고 기도하던 시리아 출신의 아마드 훔마다(56) 씨는 “미국에 거주 중인데, 오직 마르크스를 보기 위해 런던에 왔다”며 “마르크스는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동묘지’가 혐오시설로 여겨지지만, 하이게이트 묘지의 분위기는 달랐다. 하이게이트 동쪽 묘지를 담벼락 하나만 두고 마주하고 있는 ‘워털로’ 공원에서는 주말을 맞아 시민들이 나무 그늘 밑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었다. 공원 안 놀이터에서는 보호자와 함께 방문한 아이들이 그네 등을 타며 놀고 있었다. 공동묘지가 바로 내려다보였지만, 여느 공원과 다름없이 시민들이 휴식을 즐기는 모습이 생경하다.

비엔나 국립중앙묘지 내 조성된 베토벤·모차르트 묘지 ‘관광객’↑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중앙묘지 내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시민의 모습. (김채빈 기자 chaebi@)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중앙묘지 내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 시민의 모습. (김채빈 기자 chaebi@)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중앙묘지’도 고인을 기리는 추모객뿐만아니라 관광객들이 붐비는 명소다. 특히 음악의 성지답게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이 잠들어 있는 곳은 ‘음악가(MUZIKER)’ 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비엔나 국립중앙묘지는 1894년 비엔나 시 당국이 시내에 흩어져 있는 다섯 곳의 묘지를 한 데 모아 조성한 것으로, 240ha 규모의 광대한 녹지대에 약 300만의 영혼이 잠들어 있다.

7월 20일 이곳에서 만난 폴란드인 온 미콜라이(30) 씨는 “평소에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 비엔나에 와 베토벤, 슈베르트 등의 묘비를 보러 왔다”라며 “묘지도 나무도 많고 숲길로 형성돼 걷기에 편하다”고 말했다. 동행한 연인 파울리나(32) 씨는 “폴란드에서는 보통 연휴 때 가족들이 고인들의 묘지를 찾아가는 문화가 있다”며 “묘지를 방문하는 것 자체는 우리에게 무섭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비엔나 국립묘지에 남편을 보러 자주 온다는 올리비아 씨의 모습. (정유정 기자 oiljung@)
▲비엔나 국립묘지에 남편을 보러 자주 온다는 올리비아 씨의 모습. (정유정 기자 oiljung@)

묘지 안에 있는 박물관에선 비엔나의 장례 역사부터 장례문화 전반을 엿볼 수 있다. 비엔나의 특징 중 하나는 화장률은 30%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최근까지도 묘지에는 고인들이 안장되고 있다.

비엔나 국립묘지에는 역대 시장들의 이름을 새겨긴 시장 묘지, 일가족이 모두 모여 있는 묘지, 수녀 동상이 있는 묘지 등 다양한 형태의 묘지가 었다. 일찍 세상을 떠난 아기들의 구역도 조성돼 있다. ‘아기’ 구역에는 바람개비, 인형, 장남감 등 여러 장식품들이 놓여 있다. 아이들이 이 공간에 지금도 머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남편의 묘지를 자주 찾는다는 올리비아(84) 씨는 “묘지 근방에 살고 있는데 혼자 산책하면서 먼저 떠난 남편을 보러 이곳에 자주 온다”라며 “일주일에 한 번은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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