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안지 파쇄’ 사고로 물의를 빚은 한국산업인력공단에 고용노동부가 직원 22명에 대한 징계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감사 과정에서 인력·예산 부족 등 구조적 문제가 다수 확인됐다.
고용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한국산업인력공단 국가자격시험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4월 23일 실시된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답안지 파쇄 사고를 계기로 진행됐다. 당시 공단은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종목 609명의 답안지를 채점센터로 인계하는 과정에서 실무자 착오로 파쇄했다. 이에 고용부는 5월 22일부터 7월 19일까지 답안지 파쇄 원인·책임을 규명하고, 이와 별개로 국가자격시험 운영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 결과, ‘검정관리 운영규정’ 등 공단 내부규정 위반이 다수 확인됐다. 또 단계별 과정에서 답안 수량 확인, 인수인계서 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파쇄 전 보존기록물 포함 여부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으며, 파쇄 과정에선 점검직원이 상주하지 않았다. 특히 2020년 이후 최소 7차례 답안 인수인계 사고가 있었음에도 재발 방지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김영헌 고용부 감사관은 “과거 7차례나 이런 사건들이 내부적으로 보고됐으면 프로세스별로 완결성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그런 것들을 살펴보지 않고 방치해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험 운영과 관련해선 채점위원 후보자 선정절차 미준수, 시험위원 위촉배제 운영 부적정, 수험자 현황관리 미흡, 시험 담당자 교육 미실시, 채점센터로 답안 인수인계 시 보안 취약, 사고 보고·조사체계 미흡, 국가자격 소관부처와 협업·소통 부족 등 여러 문제가 확인됐다.
특히 자체 시험장 부족, 인력 충원율 저조, 낮은 검정수수료에 따른 인력·예산 부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시험 담당자 1인당 응시인원 수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600여 명에 불과하지만, 한국산업인력공단은 6000여 명에 달한다. 김 감사관은 “업무량 대비 인력 충원율이 상당히 낮고, 수수료도 굉장히 낮다. 그러다 보니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며 “수수료의 경우, 원가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정된 재원으로 시험을 운영하다 보니 필요한 업무에 인력을 배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은퇴자 재고용도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다.
고용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책임이 있는 직원 등 총 22명에 대해 중·경징계 또는 경고·주의조치를 하도록 공단에 요구했다. 중징계 3명, 경징계 6명, 주의·경고 13명이다. 더불어 시험 운영실태 감사에서 확인된 각종 제도·운영상 미비점을 개선하도록 통보했다.
산업인력공단은 “공단은 국가자격시험 운영 전반에 대한 고용부 특정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조치하겠다”며 “자체 ‘국가자격운영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이달 말까지 더욱 정밀하고 촘촘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