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업계가 주사제나 경구제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약물전달 기술 ‘마이크로니들’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 3분의 1 수준인 1㎜ 이하 미세한 바늘로 피부를 통해 약물을 전달하는 ‘경피약물전달 시스템’이다. 주사를 맞거나 약을 먹을 필요 없이 피부에 붙이기만 해도 기존 의약품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동안 미용·성형 분야에서 주로 활용됐지만 최근 관련 의약품 개발이 활발하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호주 마이크로니들 기업 ‘백사스(Vaxxas)’와 고밀도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적용한 장티푸스 단백접합 패치백신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심사 중인 장티푸스 백신 ‘스카이타이포이드’의 항원을 공급하고, 백사스는 이를 활용해 피부에 부착하는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 개발에 나선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제형과 유통의 한계로 널리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다”며 “인류의 건강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는 다양한 제형과 제품을 지속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GC녹십자는 미국 백세스 테크놀로지스(Vaxess Technologies)와 패치형 인플루엔자 백신 ‘MIMIX-Flu’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 6월 발표한 임상1상에서 면역반응, 안전성, 용량 절약 가능성 등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해, 패치가 변종 바이러스로부터의 보호 잠재력을 나타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GC녹십자 관계자는 “기존 주사기로 백신을 투여하는 것보다 훨씬 편안하게 패치형 백신으로 인플루엔자 백신 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을 연구결과를 통해 밝혔다”고 평가했다.
패치형 당뇨약과 비만치료제 개발에도 나섰다. 동아에스티는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개발 기업 ‘주빅’과 올해 2월부터 당뇨 및 비만치료제를 마이크로니들 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주빅은 마이크로니들 제형화와 품질 분석을 맡고, 동아에스티는 원료공급과 동물실험을 통한 성능 입증 수행에 집중한다.
앞서 두 회사는 2020년부터 호르몬 치료제를 마이크로니들 제형으로 바꾸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대원제약은 ‘라파스’와 함께 지난달 마이크로니들 패치 비만치료제 ‘DW-1022’의 임상1상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완료했다. 이들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주사제를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마이크로니들은 △스스로 부착할 수 있는 투여 용이성 △주삿바늘에 의한 통증·감염 감소 △일반 주사보다 빠른 회복력 △약물 전달 속도 조절 가능 등의 이점이 있다. 또 기존 주사기보다 제작 단가가 낮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점도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개발의 주된 이유다.
특히 의약품 변성을 방지할 수 있는 공정기술을 적용, 상온 보관과 유통이 가능해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중저개발 국가에서도 활용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조사기관 퓨처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시장은 2015년 4억7000만 달러(약 6269억 원)에서 2019년 6억2160만 달러(8291억 원)로 증가했다. 이어 2030년엔 12억390만 달러(약 1조6058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