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업계가 직원복지제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출산·육아 영향을 많이 받는 여성 직원 근속연수는 남성에 비해 짧고 연봉 수준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출산 축하금을 100만 원으로 상향하고 난임 시술비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등 저출산·육아문제 극복을 위해 복지제도를 개선했다. 자녀가 어린이집·유치원에 입학하면 부모가 적응을 돕도록 ‘우리 아이 첫걸음 휴가’를 신설했고 남성 직원 대상 ‘예비아빠 태아검진 휴가’도 시행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출산을 앞둔 여성 임직원에 한해 2시간 단축근무를 도입했다. 법으로 보장된 출산휴가·육아휴직 외에 추가로 1년을 사용할 수 있고 난임진단서를 받은 여성 임직원은 3~6개월 휴직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임신한 모든 기간 여성 임직원을 대상으로 2시간 단축근무를 시행한다. 만 8세 이하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 직원에겐 시간제 가사도우미 고용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 또 만 8세 이하·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남성 직원이 1년 육아휴직 사용 시 최초 3개월간 급여를 보전한다.
백화점업계가 다양한 복지제도 운영으로 저출산·육아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남녀 근속연수와 연봉엔 아직 큰 차이가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백화점 3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남녀 근속연수 차이가 가장 큰 회사는 현대백화점이었고, 가장 적은 회사는 신세계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여성 근속연수가 5.4년으로 12.4년인 남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1인 평균 급여액은 여성 2100만 원이었지만 남성은 4300만 원으로 두 배를 넘었다. 전체 직원의 58.7%인 1885명이 여성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2017년 비정규직을 전부 정규직화했다. 원래 입·퇴사가 빨랐던 사람들이 통계값 산정에 포함돼서 근속연수가 짧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여성 직원의 근속연수가 12.5년으로 남성 12.9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여성이 1771명으로 전체의 68.2%인 것을 감안하면 남녀 차이가 크지 않다. 다만, 임금 수준은 차이가 컸다. 남성 평균 급여액은 6400만 원이었지만 여성은 3400만 원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여성의 근속연수가 13.6년으로 남성 15.9년보다 짧았다. 임금의 경우 남성 평균 연봉은 4600만 원이었지만 여성은 2900만 원이었다. 여성 직원 수는 2889명으로 전체 직원의 63.2%였다.
통상 여성의 경우 육아를 위한 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면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여성정책연구원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경력단절을 경험한 여성 42.5%가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여성의 경우 출산·육아휴직을 남성보다 많이 쓰기 때문에 경력단절이 생기다보니 근속연수가 짧아지기 쉽다”며 “이는 승진 기회가 제한되고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받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전자공시 사업보고서의 근속연수와 평균연봉 산정 대상 직원의 고용상태를 보면 롯데백화점은 기간제 근로자가 남성 2명, 여성 10명이었고 신세계백화점은 남성 3명, 여성 1명이었다. 현대백화점은 없었다. 다른 백화점의 경우에도 기간제 근로자 수 자체가 많지 않았다. 기간제 근로자 유무가 근속연수·평균 급여액을 산정하는데 큰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직원 복지제도를 통해 저출산·육아 문제를 극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결혼·임신·출산·육아 지원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