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진 생보사 숨통 트이나
금융당국이 예전에 가입한 고금리 보험을 웃돈 받고 팔 수 있는 ‘계약재매입’ 제도 마련에 나섰다. 급전이 필요한 계약자에게는 당장 목돈 마련이 가능하고,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차역마진 해소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다. 다만 금융당국은 승환계약 등을 우려하며 소비자보호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와 함께 ‘보험계약재매입제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회의를 진행 중이다.
계약 재매입이란 과거 연 6~7%대 들어놓은 고금리 보험계약을 계약자가 해지하면 기존 해지환급금에 일정한 프리미엄을 더한 금액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고금리 역마진 상품을 판 생보사들이 계속해서 제도 도입을 요구해왔다. 고금리 상품 보유만으로 발생하는 생보업계 이차역마진이 연 2조 원을 웃도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서둘러 해당 제도 도입에 신경을 쓰는 배경 중 하나로 신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도 꼽힌다. 새로운 회계제도 아래에선 보험계약에 대한 시가평가가 이뤄진다. 역마진이 나는 상품을 시가 평가해 수익 인식을 하게 되면 이들 계약이 보험사 회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생보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0~1%대 금리 상황 다시 오지 않더라도 해당 제도는 필요하다는 공통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보사들이 계약재매입을 하려면 과거 계약을 사들일 만큼의 여윳돈이 있어야 한다”면서 “과거 고금리로 판 보험사들이 특히 적극적이고, 금리가 다시 내려가기 전에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리가 떨어지게 되면 보험 부채 시가평가로 인해서 부채 규모가 커지게 되고 이는 보험사에 자본확충 부담을 증가시킨다.
해당 제도는 소비자로서도 윈윈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실제 경기 부진 등으로 ‘급전’이 필요해진 가입자들이 보험을 중도에 해지하는 사례가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국내 저축성보험 해약환급금은 18조 5000억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7%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 경우 보험계약의 일반 해약이 아닌 계약재매입을 이용하면 해약환급금에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득인 셈이다.
다만 당국은 TF에서 소비자보호 방안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이 우려하는 건 계약재매입이 소비자의 권리를 해치거나 판매 채널에서 승환계약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는 제도 마련 과정에서 이러한 우려를 방지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계약재매입권의 행사를 철저하게 소비자의 선택으로 두거나 소비자의 자율적 판단을 보험사가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안들이 있다. 또한, 소비자에게 철회권을 부여해 잘못된 판단을 했을 시 바로 잡을 기회를 주는 방법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논의 중인 사안이며, 제도가 어떻게 마련되느냐에 따라 실효성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