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백병원이 31일 모든 진료를 종료한다.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지 82년 만이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은 이날 “오늘 오후 5시 진료를 종료할 예정”이라며 “당분간은 진료 의뢰서를 제외한 의무기록과 영상CD 등 일반 서류 발급을 위한 통합발급센터는 운영한다”고 밝혔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올해 6월 20일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했고, 지난달 초 서울백병원은 모든 환자 진료를 8월 31일까지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법인 측은 2004년 이후 20년간 누적된 적자가 1745억 원에 달할 만큼 경영난이 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은 입원 중인 환자의 다른 병원 전원을 지원했고, 수련 중인 인턴들도 다른 지역 백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 수련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사업체 검진·임상연구 등 의료사업은 상계·일산·부산·해운대백병원 등 형제 병원으로 이관했다.
의사(교수)를 제외한 간호사·행정직 등 서울백병원 소속 직원 300여 명은 이달 29일 다른 백병원으로 분산돼 발령받았다. 직원의 40%(약 100명)은 인근 상계백병원이나 일산백병원으로, 나머지 60%(약 150명)은 부산지역(부산·해운대백병원)으로 발령됐다. 23명 가량인 의사들의 근무지는 아직 협의 중으로 내달 중 결정될 예정이다.
서울백병원 교직원은 서울백병원 폐원을 인정하지 못하고 이사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은 30일 성명을 통해 “6월 20일 이사회 폐원 의결은 사립학교법 제28조를 위반했다”며 “병원 폐원 시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받지 못했다. 또 의료요원을 양성하는 기능을 하는 교육기관으로 대학평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교직원 및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야 하나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이사회 폐원 의결은 무효이며 그 효력이 정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자의 불이익과 불편함을 외면한 채 위법으로 진료 종료를 통보한 상임이사는 서울백병원 교직원들과 환자들 앞에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사퇴하길 요구한다. 직원들의 강제 전보 발령도 취소해야 한다. 진료 중단 및 강제 폐원 시도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서울백병원 교수 등은 이사회의 폐원 결정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위반한 사항이 있는지 등에 대해 교육부에 감사를 요구하고 있으며, 서울백병원 교수협의회와 일반 직원 등은 서울행정법원에 폐원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