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84건서 2023년 2180건으로
이라크서 가뭄에 도시 원주민과 농촌 이주민 충돌도
최근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간한 ‘글로벌 기후 소송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와 관련된 소송은 2017년 이후 지금까지 5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소송 주제는 크게 6가지로 나뉘었다. △국제법과 국가 헌법에 명시된 인권 문제 △기후 관련 법률의 미집행 문제 △화석 연료의 지하 보관 문제 △그린워싱 문제 △기후 피해에 대한 기업의 책임 문제 △정부와 정당이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문제 등이다.
일례로 브라질에선 2022년 파리기후협정이 초국가적 지위를 가지는 인권 조약인지를 놓고 마찰이 생겼고, 브라질 대법원은 파리협정이 그러한 지위를 가진다고 인정했다. 같은 해 유엔 인권이사회는 호주 정부가 기후변화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토레스 해협 제도 원주민들에 대한 인권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고 규탄했다. 인권이사회가 기후변화 관련 인권 문제로 특정 국가를 문제 삼은 건 당시가 처음이었다고 UNEP는 짚었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현재 기후정책은 지구 온도 상승분을 1.5도 아래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훨씬 뒤처져 있다”며 “사람들은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갈수록 더 법원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정부와 민간 부문에 책임을 묻고 있으며, 소송을 기후 행동을 확보하고 촉진하는 핵심 메커니즘으로 삼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기후변화로 지역사회 갈등과 문화 충돌까지 벌어지는 등 새로운 유형의 문제도 생겨나고 있다.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이라크에선 오랜 가뭄 탓에 생계가 끊긴 시골 주민 수천 명이 일자리를 찾으러 도시로 이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도 바그다드와 바스라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물리적 충돌도 발생하고 있다.
도시 주민들은 이주민들이 범죄와 폭력을 일으키고 여전히 원시적인 사고를 가진다고 비난한다. 지역 정치인들마저도 농촌 지역민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반면 이주민들은 서양 옷을 입은 여성들을 전통을 어겼다는 이유로 매춘부라고 비난하는 등 도시 주민들과 맞서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이라크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학자들은 문화적 다양성에 관대한 도시 주민과 보수적이고 변화에 더딘 농촌 주민 사이에 오랫동안 갈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도시와 건축 역사에 저명한 후마 굽타 브랜다이스대 건축학 교수는 “시골 이민자들과 그들의 후손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착지를 저항의 핵심 장소로 변모시켜 공산주의자와 민족주의자, 나중엔 시아파 이슬람주의자에게 대중적 지지 기반을 제공했다”며 “이라크의 경우 농촌 주민들의 바그다드 이주가 국가 정치 궤적을 근본적으로 바꿔놨다”고 분석했다.
노르웨이난민위원회의 제임스 문 이라크 지부장은 “기후변화는 더 많은 사람이 주거지를 떠나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정부 입장에선 기후 관련 이주를 인정하는 대신 경제적 이주라고 주장하는 게 더 편하다. 이로 인해 이주민을 위한 (기후대응) 지원 시스템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