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높아지자 해충 활동 더 활발해져
아프리카 코코아, 스페인 올리브 등 수확 차질
8월 세계 해면 약 48%가 해양열파 현상
알래스카 대게·일본 연어 등 어획량 급감
28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식물 질환과 관련해 매년 세계 경제에 2200억 달러(약 292조 원) 넘는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해충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최소 7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조지타운대의 곤충학자인 레아 버크먼 교수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해충은 변화하는 기후에 쉽게 적응한다”며 “더 따뜻해진 온도는 이들이 더 빨리 자라고 빠르게 이동하도록 해 결과적으로는 작물 수확량을 감소시킨다”고 지적했다.
해충 피해를 보는 작물은 다양하다. 전 세계 코코아 공급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는 최근 코코아 수확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도매가는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다. 현재 서아프리카 코코아는 표면이 검게 변하는 ‘흑점병(Black pod disease)’과 한 그루만 걸려도 전체로 번질 위험이 있는 ‘새싹 팽창 바이러스(Swollen Shoot Virus)’에 시달리고 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흑점병으로 연간 코코아 작물의 최대 30%가 파괴됐으며, 코트디부아르의 작물 20%는 새싹 팽창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세계 최대 올리브유 생산국인 스페인은 폭염 속에 식물 박테리아의 한 종류인 ‘크실렐라 파스티디오사(Xylella fastidiosa)’가 확산하면서 올리브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크실렐라 파스티디오사는 세계적으로 매우 위험한 식물 박테리아”라며 “EU에서 연간 55억 유로(약 8조 원)의 생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밖에도 중국 옥수수밭이 평년보다 이른 거염벌레 출몰에 애를 먹고 있고, 미국 플로리다주 오렌지 숲이 감귤녹화병에 걸려 현지 오렌지 주스 선물 가격이 이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또 EU 기상정보 기관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극지방을 제외한 세계 해수면 평균 수온은 22일 21도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해수면 수온은 통상 3월 가장 높게 측정되지만, 올해는 5월 이후로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해양열파는 조류와 어류의 떼죽음을 유발하는 것 외에도 적조 현상 등의 피해를 줄 수 있다. NOAA는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해양열파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미국 알래스카주는 대게의 개체 수 감소로 베링해에서의 어업을 사상 처음으로 금지했다. 당국은 2018~2019년 베링해에서 일어난 해양열파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도호쿠 앞바다에서도 2019년 이후 해양열파가 매년 발생해 연어, 꽁치, 오징어 등의 어획량이 크게 줄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전했다. 이곳에선 2021년 대규모 적조 현상도 나타난 적 있어 어민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사만다 버지스 C3S 부소장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난화 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