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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 '템페스트'가 현대적으로 재해석돼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무대에 오른다.
원작 '템페스트'는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고전극의 법칙인 시간, 장소, 행동의 일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웅장하고 환상적인 요소를 곳곳에 배치해 초자연적인 신비함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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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번 예술의 전당 토월정통 연극시리즈 11번째 작품으로 오르는 '템페스트'는 원작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환상'을 단순히 판타지 세계로 해석하기보다 정확한 현실로 인식해 낭만극이 아닌 서사극 형태로 재구성했다.
연출가 손진책은 "파격적인 변화보다 원작이 갖고 있는 극중극 형식에 오히려 충실한 결과 생동감 있는 '셰익스피어'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동시대에 초점을 맞춰 현실적이고도 본질적인 이야기로 이끌어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원작 '템페스트'는 나폴리왕 알론조와 결탁한 동생 안토니오에게 배신당하고 외딴섬에 유배된 영주 프로스페로가 자신의 딸과 나폴리왕 아들의 사랑을 계기로 자신을 곤경에 처하게 한 이들을 용서하고 화해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예술의 전당의 '템페스트'는 현재를 배경으로 무연고 노숙자들을 위한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현실에서 버림받아 요양원까지 들어온 노숙자들이 템페스트 공연을 준비하는데, 많은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원작인 템페스트와 현재 시점의 템페스트를 동시에 완성해가는 액자식 구성이다.
또한 단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는 갈등하던 인물들이 서로 용서하고 화해하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요양원 사람들이 보여주는 '템페스트'는 프로스페로 역을 맡은 최씨의 죽음으로 끝난다.
이에 손 연출가는 "환상은 환상일 뿐이며 현실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며 "셰익스피어가 마지막 작품 '템페스트'에서 말하려 했던 것도 인간과 삶에 대한 절망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부터 '보이체크'를 시작으로 '곱추 리차드 3세', '갈매기', '시련' 등 정통연극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예술의 전당 토월정통 연극 시리즈가 이번엔 어떻게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선보일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