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명동. 버스에서 내린 중국인 수십 명이 줄지어 한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이 찾은 곳은 롯데면세점 본점. 모두 한국 여행 중 쇼핑을 즐기기 위해 온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다.
이날 중국인 단체 관광객 270여 명은 서울 관광을 마친 뒤, 버스 7대로 나눠 20~30분씩 시간 간격을 두고 이곳을 찾았다.
한껏 들뜬 중국 관광객들을 환한 표정으로 "니하오, 니하오(안녕하세요)"를 연신 외치며 취재진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동안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 단체 관광을 허용해 약 6년 5개월 만에 다시 찾아온 것이다. 유커들은 구매력이 상당해 면세점에선 귀한 손님들로 통한다. 전날에도 유커 150여 명이 이곳을 찾아 쇼핑을 즐겼다.
유커들이 면세점 인근으로 들어서자 면세점 직원들은 손님맞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유커들은 일사불란하게 면세점으로 이동했다.
단체로 관광객이 몰려오자 면세점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만원이었다. 한 번에 모두 타지 못한 관광객들은 여러 차례 나눠 탑승해야 했다. 그렇게 관광객들이 향한 곳은 면세점이 있는 10층과 11층. 면세점에 들어서자 각자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 일제히 흩어졌다.
그중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단연 ‘화장품’ 매장이다. 유커들은 매대에 있는 화장품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무엇을 구매할지 한창 고민에 빠져 있었다.
화장품 매장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장수찡(36)씨는 한국산 마스크팩을 잔뜩 구매했다면서 웃음꽃을 피웠다. 장씨는 “중국 내에선 여전히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많다”며 “그중에서도 송혜교를 비롯한 여자 연예인을 좋아해 자연스레 한국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편이랑 단둘이 난생처음 온 한국은 너무나 아름답다”고 칭찬했다.
면세점 내 다른 화장품 매장도 풍경은 비슷했다. 중국인 여자 관광객들이 고민 끝에 화장품을 사자 직원들은 쇼핑백에 물건을 정성스럽게 담아주고 있었다.
이 밖에도 홍삼 매장이나 김과 간식 등을 파는 식품매장에도 많은 유커들이 발걸음 했다. 홍삼 매장에는 주로 높은 연령대의 유커들로 붐볐다. 홍삼 매장 직원은 “조금 전에도 중국 관광객 가족들이 200달러 상당의 홍삼 세트 제품을 구매해 갔다”면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국인에게 인기가 많아 많이들 사 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점 식품매장에서는 한 직원이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키며 식품 매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으로 ‘한국산 김’을 꼽았다. 그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김과 부각이 워낙 인기가 많아 한 번에 대량으로 구매한다”며 “이곳에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은 한 번에 30세트, 평균 구매 가격은 100달러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밖에도 허니버터아몬드 초콜릿, 멀티 비타민C, 간편식을 구매하는 사람도 상당수”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면세점에는 개별 관광객이나 따이궁(보따리상)이 대다수였다면 규제가 풀리고 어제부터는 단체 관광객들이 오기 시작했다”며 “특히 7월 말부터 9월 전까지는 중국 학생들이 방학 기간이라 가족 단위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분위기라면 앞으로 더 많은 유커들이 찾아와 물건을 사 갈 것 같다”고 기대했다.
롯데 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방문은 유커 복귀의 신호탄이나 마찬가지”라며 “여행사들이 관련 패키지 상품을 만들고 있고, 비자 발급까지도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유커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드 사태 이후 돌아온 중국 관광객들로 매출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중국 명절인 중추절도 다가오는 만큼 더 많은 유커가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