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다쳤다면 119 안전신고센터 등을 불러야 할 일이지 모텔로 옮겨 놓고 갔다고 해서 구조의무를 다 했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피고인 A 씨와 피해자 B 씨는 부산광역시 진구의 한 테마카페에서 근무하며 알게 된 직장동료다. 이들은 2020년 10월 14일 밤 11시18분께 술자리 도중 말다툼을 하다가 몸싸움으로 번졌다. A 씨는 B 씨를 밀쳐 만취한 피해자가 길바닥에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쳤다.
쓰러진 B 씨는 일어나지 못하고 갑자기 구토를 했다. A 씨는 B 씨의 몸을 흔들어 깨우고 주무르면서 일으켜 앉히려 했다. 하지만 B 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의식을 잃어 갔다. A 씨는 이 모습을 약 30분간 지켜보던 중 그 다음날인 15일 새벽 0시8분께 B 씨를 들어 부산진구 모텔로 의식을 잃은 피해자를 옮겼다. B 씨는 같은 날 새벽 2시께 모텔 방에서 후두부 경막외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의 과실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금고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경우 피해자를 혼자 모텔 방에 두고 그곳을 이탈하면 피해자가 사망할 가능성이 있음을 예견할 수 있으므로 모텔 방으로 피해자를 옮겨 타인에 의한 구조가능성을 차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에게는 즉시 응급의료기관에 신고하거나 119에 신고하는 등 피해자를 구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은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를 홀로 그곳 방바닥에 둔 채 퇴실한 과실이 있다”고 봤다.
2심 또한 1심과 같이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형량을 금고 8월로 줄였다. 대법원 역시 상고를 기각하면서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 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과실치사죄에서의 주의의무, 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