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국내 증권사, 유럽 ‘B급 오피스’에 압도적 투자…대부분 메자닌 후순위”

입력 2023-08-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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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업무지구 모습 (연합뉴스)
▲영국 런던 업무지구 모습 (연합뉴스)

해외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자금 회수 지연에 묶인 사례들에 대해 공통적인 문제점이 지적됐다. 과거 저금리 시기에 자기자본(Equity‧에쿼티)을 활용해 현지 B급 하위 오피스에 투자했다는 점이다. 고금리의 장기화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사 신용등급을 보유한 23개 증권사(대형사 8개·중소형사 15개)의 해외 대체자산(부동산 및 SOC) 투자 규모가 14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3일 발표했다.

SOC(사회간접자본)을 제외한 부동산 익스포저는 10조8000억 원으로 대형증권사 9조2000억 원(자기자본 대비 19.6%), 일반증권사 1조6000억 원(자기자본 대비 9.6%)으로 나타났다. 대형사는 자기자본 대비 최대 40% 이상을 웃돌았으며, 일반증권사에서 자기자본 대비 10% 이상인 증권사는 3곳, 40% 이상인 곳은 한 곳이었다.

2018~2019년 시기에 투자한 비중이 45%를 웃돌아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과거 저금리를 앞세워 해외 부동산 투자에 공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기업평가는 “부동산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장하던 시기 투자했던 건물의 상당 부분에서 매각 지연 가능성이 높다”며 “2020년에 투자한 건은 대출 만기까지 여유가 있을 것으로 보이나, LTV 요건으로 예상보다 재무 부담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

용도별로 보면 오피스가 56%(6조1000억 원)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숙박(18%), 리테일(3%) 순이었다. 주요 투자 지역은 미국(46%, 5조 원)과 유럽(37%, 4조 원)이 대부분이었다.

미국의 경우 오피스(1조7000억 원) 이외 숙박(1조6000억 원), 기타(1조3000억 원) 등으로 다소 분산된 반면, 유럽은 오피스 비중에만 3조2000억 원이 쏠려있었다. 또한, 후순위성으로 인해 원금 미회수 리스크가 높은 지분투자 또는 메자닌 구조가 대부분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증권사가 판매 목적으로 인수 목적한 딜 중에서 선순위 트렌치는 기관투자자에게 대부분 인수된 반면, 지분투자는 금융당국 규제로 인해 기관 매각보다 증권사가 자체 보유한 건들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난해 2분기부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2021년에는 실질 경제성장률이 양호한 수준을 기록하면서 수요가 받쳐줬고, 상업용 부동산 보유자들도 자금의 대부분을 헷지 또는 고정금리로 조달해왔다.

여기에 시장금리가 높은 상황이 지속하면서 올해 들어 경기침체 전망이 연쇄적으로 맞물렸다. 과거 저금리였던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자산 가치 손실이 부동산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정 연구원은 "고금리가 단기적이라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텐데, 고금리가 장기 지속되고 노동시장이 근로자 우위로 재택근무가 종료되면서 B급 오피스부터 임차인이 대거 퇴거하면서 공실률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럽 지역의 부동산 가격 하락 폭이 미국보다 높았다. 정 연구원은 "작년 하반기 이후 가격 하락 폭으로 보면 유럽의 가격이 훨씬 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투자 시점이 2018년인 유럽 부동산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했다.

우수한 임차지표를 보유한 자산임에도 시장 상황이 바뀌면서 우량자산 선호가 뚜렷해지고 임차구조가 짧은 경우 자산가치가 하방 압력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투자만기 대비 가중평균임대기간(WALT, Weighted Average Lease Term)이 짧은 B급 오피스가 대표적이다.

정 연구원은 "오피스는 국내 보험사와 증권사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서 47%를 차지하고 있다"며 "도심 상업지구의 B급 오피스 수요가 급감하면서 웬만큼 깔끔한 도심에 세워진 테크기업 오피스 단지도 맥을 못 추는 상황"이라고 했다.

끝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 리스크 경감 방안으로 "프로젝트 방식의 단일 물건 투자와 전문성 있는 실사, 트랜치별 이해상충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용사 선임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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