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백신 생산을 책임지던 SK바이오사이언스의 안동 L하우스가 그간 중단했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재개하고 본격적인 출하에 들어간다. 2020년까지 국내 독감백신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킨 스카이셀플루를 통해 다시금 독감백신 명가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버스로 3시간 이상 달리자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생산기지 안동 L하우스가 드러났다. 안동 L하우스는 총 6만3000㎡(약 2만 평) 규모로 연간 5억 도즈 백신 생산이 가능한 시설이다.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KGMP(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를 획득했고, 총 443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펜데믹 기간 중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하며 자체 개발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 국내 공급을 일시 중단한 지 3년 만에 재생산에 들어갔다. 백신은 이달 23일부터 본격적인 출하가 시작돼 10월까지 진행된다.
이상균 SK바이오사이언스 L하우스 공장장은 “국내에서 접종할 수 있는 독감백신 중 유일하게 세포배양 방식을 적용했다”며 “세계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획득한 세포배양 독감백신으로 유정란을 사용하지 않아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의 경우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접종이 가능하다. 또 생산 기간도 짧고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도 낮아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 유형과 백신에 활용된 바이러스 유형의 일치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L하우스 내 바이오의약품 생산과정이 엄격한 품질관리와 오염 유입 방지 등 완벽한 통제 아래 이뤄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운과 덧신, 머리에는 그물망을 착용해 오염 및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L하우스 원액생산(DS) 시설은 싱글 유즈(single use)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 가지 원액만을 생산하기 때문에 대량 생산에서 효율과 수율이 높은 장점이 있다. 스카이셀플루 원액 생산을 위해 개의 신장세포를 증식시켜 0.1㎖에서 2000ℓ까지 늘린 뒤, 이 세포에 바이러스를 넣어 항체반응을 일으킨 후 바이러스가 더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는 과정을 거친다. 4종류의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4가지 원액을 만들고, 공정을 거쳐 최종 원액으로 생산했다.
완성된 원액은 완제생산(DP)시설로 옮겨지고, 사전충전형 주사(프리필드시린지) 형태로 충전된다. 충전 과정에서 불필요한 이물이 추가됐는지 확인하고, 제조번호와 유효기간이 표기된 제품 라벨을 부착한다. 전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률은 1% 내외이며, 세포배양부터 완제 공정을 마무리하기까지는 37~40일이 소요된다.
2층에 있는 이화학실험실에선 각종 원료에 대한 품질 검사가 이뤄졌다. 이주섭 QC분석팀장은 “항원 함량 시험, 발열성 시험 등 공정마다 필요한 시험에 대해 엄격히 점검하고 있다”며 “국가검정기관인 식약처에 시험 결과를 전달하고 해당 데이터가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상용화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국내에 공급하는 독감백신 물량은 약 500만 도즈다. 이중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NIP)에 242만 도즈가 쓰이고, 나머지 분량은 병·의원으로 공급된다.
이상균 공장장은 “스카이셀플루는 고도화된 대한민국 백신 기술력의 결정체”라며 “이번 시장 복귀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독감백신 선택권을 넓히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역 확대를 통해 우리 백신의 경쟁력을 다시금 입증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카이셀플루는 2015년 출시 후 4년여 만에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대한민국 대표 독감백신으로 자리매김했다.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몽골 등 10개국에서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10여 개 국가에서 추가 허가를 진행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