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제역을 비롯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질병에 대한 방역을 강화한다. 두 질병 모두 과거처럼 대규모 발생은 없지만 농가 방역에서 미흡한 점들이 확인되면서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잠잠했던 구제역 5년 만에 다시 발생했다. 앞서 올해 5월 충북 청주와 증평 지역에서는 11건의 구제역이 발생했다.
구제역은 2010년부터 백신 접종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다. 매년 2회(4·10월) 소·염소 일제 접종 기간을 운영하면서 항체검사를 통해 농장의 항체양성률을 확인한다. 하지만 올해 구제역이 발생한 상당수 농장들의 항체양성률이 기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확인됐다. 항체양성률 기준은 소 80%, 돼지·염소 60%인데 구제역이 발생한 11개 농가 중 7곳이 기준에 못 미쳤고, 가장 낮은 곳은 24%에 불과했다.
조류인플루엔자 역시 이번 동절기에는 상대적으로 발생이 적었다. 이번 동절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가금농장 75건과 야생조류 174건이 발생했고, 661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이 중 산란계는 286만 마리로 최근 10년 내 가장 적은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농장의 사육환경과 방역에서 미흡한 부분이 나타났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 질병 차단을 위한 방역 강화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구제역은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을 촘촘하게 한다. 자가접종 농장의 접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소·염소 일제 접종 기간을 기존 6주에서 2주로 단축한다. 지자체 접종 지원 농장은 4주로 줄어든다. 농가들의 백신 적정 접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소 항체검사 물량도 연간 16만 마리에서 54만 마리로 대폭 늘린다. 자가접종하는 농장의 검사 마릿수도 5마리에서 16마리로 늘리고, 항체양성률이 낮은 농장은 즉시 과태료를 부과한다.
백신 관리를 위해서는 각 지역축협에서 자체 관리하고 있는 백신 구매 정보를 농협중앙회에서 통합 관리하고, 농장별 사육두수에 맞는 수량만큼 백신을 구매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점검한다. 또 유통 중인 백신의 냉장유통 적정 관리를 위해 시·군, 농협의 구제역 백신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백신 유통 및 보관관리 실태점검을 통해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한다.
조류인플루엔자는 사전 예찰과 함께 발생 이후 대응책 강화에 나선다. 10월~3월 사이 실시하던 과거 조류인플루엔자 발생과 관련이 있는 철새의 서식지 조사 기간은 9월과 4월까지 확대하고, 항원이 최초 검출된 사례가 있는 철새도래지 9곳에 대한 예찰은 10월 중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위험시기 검사물량 증가에 대응한 효율적인 검사체계 구축을 위해 민간 가축병성감정실시기관을 활용한 정밀검사를 올해 864건에서 2025년까지 8000건으로 확대한다.
또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SOP)도 개선해 초기 대응을 강화할 수 있도록 3~9월 중에도 지역별로 '심각' 단계를 발령할 수 있게 한다. 기존에는 이 시기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도 '주의' 단계만 발령됐다.
아울러 살처분 최소화를 위해 위험도 평가를 통해 지역별 살처분 범위를 조정하는 등 위험 수준에 비례해 지역 및 농가 단위까지 차등화된 방역 조치를 실시한다. 계열사의 방역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가 관할 지방자치단체(지자체)로부터 계약 농가의 방역관리 계획을 승인받고 미흡 사항에 대한 개선 조치 의무도 부여한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그간 차단 방역에 효과적이었던 다양한 방역 조치들을 더욱 정밀하게 개선해 가축 질병 발생과 피해를 최소화해 나갈 것"이라며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농장 단위 방역시설을 꼼꼼히 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