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미ㆍ중)’발 경기침체ㆍ금리 리스크, 韓 부채의 역습 트리거 될라(종합)

입력 2023-08-17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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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규모별 취약기업 여신 비중 변화
▲기업규모별 취약기업 여신 비중 변화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은 23.9%로 마이크론(28.2%)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까지만해도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매출 기준)은 27.6%로 마이크론(23.1%)에 앞선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올 2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4조1926억원)보다 7조747억원 감소하며, 2조882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중국향 매출 감소 등의 영향이다.

국내 기업들 사이에 ‘신용(부채)리스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발 경기 둔화 우려와 부채리스크에 대한 두려움 속에 미국까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걱정이 고개를 든 탓이다.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교역비중 20.9%) 중 하나인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진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살림살이는 더 빠듯해진다. 특히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빠진다면 ‘리먼 브러더스’사태 이상의 충격을 줄 수 있다.

미국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258%로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금리 상승에 베팅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G2(미·중)’리스크가 기업 신용(부채)위험을 자극해 ‘투자위축 및 고용 감소→소비위축→실적악화→재무리스크 확대’라는 ‘디레버리징 사이클’을 만들고, 나라 경제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빚더미 앉은 기업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아시아 국가들의 기업 부채 부실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고금리가 지속할 경우 취약한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꼽았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세계 34국(유로존은 단일 지역으로 집계)을 대상으로 작성한 세계 부채(Global Debt)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한국은 비금융 기업의 부채 비율이 국내총생산(GDP)의 118.4%이다. 홍콩(269.0%), 중국(163.7%), 싱가포르(126.0%), 일본(118.7%)에 이어 다섯째로 높았다.

한국은행도 기업 빚 증가세가 두드러진다고 했다.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업신용 비율은 119.7%로 지난해 3분기 말보다 1.0%포인트나 상승한 반면, 가계신용 비율은 103.4%로 1.4%포인트 하락했다. 지속된 국내외 긴축에 따른 자금 시장 경색, 부동산 리스크,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여파로 기업대출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7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1218조7000억 원 규모다. 이 중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982조5000억 원에 달한다.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발행 여건 악화, 환율 및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금 수요 증대 등 영향이 컸다.

치솟는 금리에 연체율도 상승했다. 1분기 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0.35%로 지난해 3분기 말보다 0.12%포인트 상승했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3.63%로 1.83%포인트 상승했다.

▲세 번의 부채위기 (1971년~72년, 1980년~81년, 1997년~98년)
▲세 번의 부채위기 (1971년~72년, 1980년~81년, 1997년~98년)

G2발 부채의 역습

눈덩이 부채를 안고 있는 기업들에 ‘G2’리스크는 큰 고민거리다. 부채라는 뇌관을 건들 수 있어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제의 불안은 궁극적으로 국내 경기로 전이될 공산이 높다”면서 “부채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질서 있는 침체 리스크’가 국내 신용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발 금리인상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연준이 금리를 이른 시일에 내릴 것이란 기대가 후퇴하면서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세력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시장금리가 오르면 다른 국가나 국내 시장금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국내 금리는 상단(회사채 AA-, 17일 오전 기준 4.527%)에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와 하반기 산업별 전망’을 통해 “(금리가)아직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상·중반기와 비슷하다”라며 “자금시장 경색 국면이 해소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BOK경제분석: 지난 60년 경제환경변화와 한국기업 재무지표 변화’라는 논문을 통해 1971∼1972년, 1980∼1981년, 1997∼1998년(외환위기)의 세 차례의 경제위기를 언급하면서 해당 상황이 다른 나라의 경우와 달리 가계부채나 정부부채가 원인이 아닌 기업부채 위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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