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형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정 의원에 대한 형량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과 유력 정치인의 명예훼손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정 의원에 대해 사자명예훼손 등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정 의원에 대해 벌금 500만 원을 구하는 약식명령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정 의원을 직권으로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검찰 구형량 보다 법원 선고형량이 더 무거워진 셈이다.
유죄 이유에 대해 박 판사는 판결문에서 "(정 의원이 올린 글은) 거짓 사실을 담고 있다. 공적 관심사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는 형태도 아니다"라며 "이제는 현실에 아무런 영향력을 미칠 수 없는 한 사람의 죽음과 관련해서 매우 거칠고 단정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한 개인이 아니라 4선 국회의원으로서 청와대 근무 경력도 있는 유력 정치인이었고, 기자로 일한 경력도 갖고 있었다"며 "이러한 경력을 감안하면, 피고인은 자신의 말이 갖는 의미와 무게, 나아가서 잘못된 발언을 했을 경우 져야 할 정치적ㆍ법적 책임을 잘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피고인은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적절하고도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은 채 글을 올렸다"며 "또한 이 글은 거칠고 단정적인 표현으로 가득 차 있다. 이 글은 우리 사회 전체 구성원들이 받아들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판시했다.
이에 정 의원은 "수긍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판단이다. 다분히 감정이 섞인 판단"이라며 "저는 그렇게밖에 이해가 안 된다.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 의원은 2017년 9월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 여사는 가출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은 혼자 남아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글을 올려 허위사실을 유포해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 의원의 범죄사실에 대한 법조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과 형법 제308조다. 여기서 형법 제308조는 이른바 '사자명예훼손'죄로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번 선고에 대해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근거 없는 발언을 한 정치인의 명예훼손 범죄에 대하여 경종을 울린 판결로 보인다"며 "특히 유력 정치인의 발언은 전파력과 파급력이 커서 2차, 3차 가해로 퍼질 수 있어서 더욱 무겁게 처벌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에 정 의원의 발언이 부적절했지만, 지나치게 형이 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형법상 책임 원칙에 따라 그에 합당한 형벌만 부과하면 되지 이례적인 형벌로 헌법기관의 발언에 재갈을 물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선고가 확정되면 정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이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퇴직하도록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