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들어서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높이 2m 정도의 골프용품을 파는 이색 자판기가 등장한 것. 자판기에는 골프장갑, 골프공 세트, 로스트볼 세트 등 다양한 골프용품들이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자판기 곳곳에는 벌써 여러 사람이 물건을 사 간 듯 상품들이 비어 있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골프용품 브랜드 ‘엑스페론’과 손잡고 골프장, 대형 스크린골프장 인근과 수도권 중심가 등 총 10개 점포에 골프용품 자판기를 설치했다. 이날 물건을 사러 편의점을 찾은 손님들은 처음 보는 기계가 신기한 듯 구경하기도 했다.
자판기 내 상품들은 할인을 통해 시중가 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었다. 정가 11900원짜리 4구 골프공 세트가 9900원, 1만4000원 하는 10구짜리 로스트볼은 1만 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 밖에도 1만1900원의 골프장갑 1+1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구매 방식은 간단했다. 오른쪽 스크린에서 원하는 물건을 터치해 선택한 뒤 카드로 결제 과정을 거친다. 결제 후 자판기에서 선택한 상품의 놓여있는 곳의 문이 열리면 물건을 가져가면 된다.
특히 골프장갑 구매 시에는 손 사이즈 측정 기능도 제공해 편의성을 높였다. 골프장갑 선택 후 ‘손 사이즈 측정’ 버튼을 터치하고 스크린에 손을 대면 사이즈를 측정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 여의 3점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물건을 사러 온 30~40대 직장인들이 자판기를 보고서는 새롭다며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다”면서 “로스트볼이나 골프장갑과 같이 저렴하면서도 소모성 있는 제품들 위주로 판매되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괜찮다는 반응”이라고 밝혔다. 그는 “골프를 좋아하는 단골 직장인 고객분들이 동료에게 입소문을 내주셨다는 말까지 들었다”며 “접근성이 좋은 편의점에서 골프를 좋아하는 고객들을 중심으로 골프용품 판매량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만난 다른 지점 점주 역시 기대감에 차 있었다. 중구ENA센터점 점주 B씨는 “오피스 밀집 지역이다 보니 30대 초반 정도의 직장인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고 있다”며 “자판기 도입 초기라 당장 많은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골프를 좋아하는 젊은 층들이 늘어나 구매 고객도 점점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이번 골프용품 자판기 도입을 통해 늘어난 골프 인구를 공략하면서 동시에 고객을 끌어들이고 연계 판매 효과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골프에 대한 인기가 높고 전체적인 골프 인구도 상당하기 때문에 골프용품 자판기를 도입하게 됐다”며 “고객들이 선호하고 이색적인 물건을 판매하면서 모객효과와 연계 판매도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020년부터 골프장, 휴게소 인근 100여 개 점포에서 로스트볼등 골프 관련 용품을 판매해오고 있다. 지난해 관련 매출은 전년 대비 200% 증가했다.
다른 편의점도 골퍼 고객 잡기 위한 구색 맞춤에 신경 쓰고 있다.
CU는 지난해 1월부터 단기렌탈 서비스 업체 ‘픽앤픽’과 손잡고 골프 장비를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CU 내 픽액픽 대여 서비스를 이용해 드라이버, 거리측정기 같은 골프용품은 물론 300여 종의 최신 상품들을 최소 3일부터 대여해볼 수 있다.
GS25는 골프용품 특화매장 10여 곳과 골프용품을 판매하는 일반 점포 약 200여 곳을 운영 중이다. 골프장 인근에 있는 특화매장에서는 골프공부터 장갑, 모자, 티, 가방까지 갖춰진 별도 매대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매장에서도 공, 장갑 등 골프용품을 판매 중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에 나가는 용품은 자사가 골프용품 업체에서 물건을 매입한 뒤, 경영주 요청에 따라 편의점 매장으로 용품이 공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