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 수입차 브랜드의 시승 행사에서 들은 말이다.
곱씹어보면 그럴싸하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가격만 고려하더라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것은 이해되지만 5000만 원을 훌쩍 넘는 전기차의 가격을 보면 ‘이 비싼 차를 누가 사길래 전기차 시장 규모가 커지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도입기를 지나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자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이 화두가 됐다. 높은 영업이익률을 거둬온 테슬라가 수익성을 일부 희생하면서까지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치자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잇달아 전기차 가격을 조금씩 내리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탄소 중립이라는 지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도권이 점차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만큼 시장에는 더 많은 소비자가 구매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의 전기차가 필요하다.
다만 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방식은 시장의 흐름과 반대로 흐르는 듯하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늘리기 위해 특정 가격 이하의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이것이 오히려 전기차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기준은 지난해 5500만 원에서 올해 5700만 원으로 약 3.6% 올랐다. 반면 보조금 미지급 기준은 8500만 원으로 작년과 같다. 사실상 엔트리급 전기차의 가격을 5700만 원까지 높이는 것을 용인한 셈이다. ‘저가형 테슬라’로 불리는 중국산 ‘모델 Y’가 보조금 지급 기준에 맞춰 5699만 원에 출시된 점만 보더라도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 기준은 전기차 가격을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 기준을 낮춰가며 자연스럽게 완성차 업체가 저렴한 전기차를 생산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방식이 대중화를 맞아 가격 경쟁이 펼쳐지는 전기차 시장의 흐름과도 부합한다. 내년 초 결정될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 기준이 올해보다 조금 낮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