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강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식량 원조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저력이 세계에서도 인정받으면서 기술 수주 실적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해외 사업 진출의 핵심 기관이다. 2020년 2월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개정으로 국내에서 시행하는 모든 사업을 해외에서도 추진할 수 있게 됐고, 해외사업은 더욱 추진력을 얻게 됐다.
해외 농산업 단지 개발뿐만 아니라 수질·토양 환경 개선사업, 기후환경변화대응 기술 전수 등 시대변화에 맞춘 다양한 해외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또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의 영역이 어업·어촌으로까지 확대돼 개도국의 어업·어촌 기반 시설과 원양업계의 안정적인 조업 활동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제 경쟁입찰을 통해 관개 배수·농촌개발 등 우리 기술력을 수출하는 '해외기술용역사업'은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기술용역사업은 농업개발을 희망하는 국가의 재원 또는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의 기술지원 자금이나 차관에 의해 발주되는 용역사업을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수주하는 방식이다.
주로 수자원과 관개개발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 조사, 세부설계·공사감리, 영농기술 전수 등을 수행하는 일종의 전문 컨설팅 사업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물관리, 스마트 농업, 지하수 개발 등 수요국의 실정과 시대적 변화에 부응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기술용역사업은 1967년 전쟁 이후 베트남에 수리·농업 전문가를 포함한 18명의 '주월한국농업사절단'을 파견해 식량 증산 기술을 전수하고, 교육 훈련을 제공한 것이 시초다. 이후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발주한 베트남 메콩 델타 지역 5만5000㏊에 대한 농업개발사업을 수주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꾸준한 해외 개발에 뛰어들었고, 2020년에는 독일과 벨기에 등 유럽 기업들과 경쟁해 총사업비 2800억 원 규모의 아프리카 말라위 '쉬레밸리 관개개발 사업'을 따냈다. 말라위 농업 분야 최대 국책사업으로 2031년까지 여의도의 150배에 달하는 4만3370㏊ 면적의 농경지에 저류지, 수로, 제방, 도로 등을 건설한다. 이 사업을 통해 쌀소비가 급증하고 있는 말라위 지역의 식량부족 해소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이어 2021년에는 에티오피아 지하수 관개 및 농촌개발사업, 인도네시아 관개 현대화 및 긴급 개보수 사업 등 사업비 1000억 원, 2000억 원을 웃도는 대형 사업도 잇따라 수주했다. 특히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방조제 축조 공사의 타당성 조사·기본설계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서, 전체 20조 원에 달하는 본사업 수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물관리를 비롯한 스마트 농업 분야로까지 기술 용역사업의 영역을 확대해 지난해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35만 달러 규모의 '네팔 수자원관리 정보화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는 사업비 2000억 원 규모의 말라위 드왕가 다목적댐 등 7개 지역의 유역개선 사업을 수주할 예정"이라며 "우수한 농업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까지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총 35개국에 165건의 기술 용역 사업을 수행하며 협력국들과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