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강력 경고에도 줄줄이 터지는 금융 사고…은행 신뢰도 추락 [말뿐인 내부통제]

입력 2023-08-03 14:40 수정 2023-08-0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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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월 말 기준 금융사 임직원 횡령 사고 33건...592억 원 규모
지난해 11월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안’ 마련에도 계속되는 금융사고
금감원 “경남銀 조사 후 당국 내부통제 혁신안 올해 중 보완할 것”
전 은행에 PF 대출 자금 관리 실태 긴급 점검 지시...이르면 11일 결과 보고

지난해 우리은행 700억 횡령 사고 이후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하면서 각 금융지주사 CEO와 은행장들이 내부통제 강화를 핵심 과제로 천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각종 금융사고가 계속 터지고 있어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강화’에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금융사에서 발생한 임직원 횡령 사고는 7월 말 기준 총 33건으로, 횡령액은 총 592억6300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최근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횡령 금액만 561억9000만 원으로 올해에 발생한 횡령 사고의 94.8%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 1건(7억1700만 원) △KB국민은행 1건(2억2300만 원) △우리은행 1건(9100만 원) △하나은행 2건(7200만 원) △NH농협은행 1건(1억8500만 원) 등으로 집계됐다. IBK기업은행에서는 3억2200만 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해 700억 대규모 횡령 사고 이후 그룹 차원에서 내부통제 강화를 중요 과제로 꼽았지만, 올해 6월 전북에 있는 지점 직원의 9100만 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적발됐다. 앞서 3월에는 기업은행의 한 직원이 자신의 주식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고객 돈 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밖에 지난달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190개 대포통장을 국내 외 보이스피싱 조직에 유통한 일당 검거한 가운데 조직에 현직 은행원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문제는 이들 금융사고가 지난해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혁신안’을 마련, 신속한 이행을 공언한 이후에 드러났거나 발생했다는 점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대규모 횡령 사건을 계기로 지난해 금융위 금감원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같은 해 11월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은 은행권에 동일부서 장기근무자 비율을 제한하고 장기근무자 인사관리 기준을 마련하게 했다.

하지만 경남은행에서 562억 원을 횡령한 직원이 15년가량 부동산 PF 대출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 같은 금융당국의 지침이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임직원의 부서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금융사고가 지난해 우리은행 대규모 횡령사고 1년여 후 다시 드러난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우리은행 횡령 사고에서도 해당 직원이 10년 이상 동일 부서에서 동일업체를 담당하고 이 기간 중 명령 휴가 대상에 한 번도 선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혁신안’의 일환인 장기 순환 근무제, 명령 휴가, 직무 분리 등 여러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지금 은행들이 계속 이행 중이다”며 “특히 동일부서 장기근무자 5% 제한은 단계적으로 이행하도록 하는 등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경남은행 횡령 사건은 당국에서 내부통제 혁신안을 내기 이전에 오랜 시간에 걸쳐 벌어진 사건으로, 혁신안을 일부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금융사고”라며 “(경남은행) 사고 조사 후 당국이 낸 내부통제 혁신안의 미흡한 부분을 살펴 올해 안에 보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경남은행 PF대출 횡령사고를 보고받은 지난달 서울 소재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서와 경상남도 창원시 본점에 사고검사반을 파견해 긴급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검사반은 경남은행 횡령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그간 당국에서 강조해온 내부통제 지침 이행 수준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한편, 금감원은 전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대구은행 등 모든 은행사에 CPC(Central Point of Contact·금융회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자료 요청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를 통해 PF 대출 자금 관리 실태 긴급 점검을 지시했다. 이르면 이달 11일 은행권에서 자체 점검 결과를 금감원에 보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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