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치솟는데 불어나는 빚…5대 은행 가계대출 석 달 연속 '↑'

입력 2023-08-01 17:31 수정 2023-08-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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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679조…3개월 연속 증가세
주담대 7월 한 달간 ‘1조’↑
“자금 쏠린다”…수신액 11조 증가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석 달 연속 증가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주식시장 일부 종목 광풍에 따른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 빚을 끌어다 쓰는 차주들이 늘어난 요인으로 해석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두 달 연속 1조 원 이상 순증하면서 가계 빚을 끌어올리고 있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의 귀환이 본격화됐다는 시각으로도 읽힌다. 문제는 연체율이 상승하며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급증한 가계부채에 대해 강력히 경고한 만큼 금융당국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기조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돌아온 영끌族… 정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너도나도 주담대
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2208억 원으로 전달(678조2454억 원) 대비 9754억 원 늘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6개월 연속 감소했던 가계대출 잔액은 5월 증가 전환한 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주담대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담대 잔액은 512조8875억 원으로, 전달(511조4007억 원)보다 1조4868억 원 확대됐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유도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한 영향이 컸다.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중금리보다 저렴한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정책금융상품 특례보금자리론도 올해 초 출시됐다. 최근에는 전세 사기나 역전세난 등 특정 사안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들도 이어졌다.

주담대 금리가 낮아진 것도 대출 수요 증가세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 주담대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6월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의 평균금리는 연 4.31~4.79%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연 5.02~5.61%보다 낮다.

시장의 막대한 유동자금은 은행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투자 관망세가 지속되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연 4%대까지 예금금리를 높이면서 시중은행에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4월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7월 총수신액은 1924조3626억 원으로, 전월(1913조3578억 원)보다 11조48억 원 급증했다.

정기예금 잔액은 832조9812억 원으로, 전달(822조2742억 원)보다 10조7070억 원 뛰었다. 정기적금 잔액은 41조252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40조841억 원 대비 1조1679억 원 증가한 수치다.

◇가계 부채 놓고 금융당국 “문제 없다” vs 한은 “DSR 예외 대상 축소해야”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 부채가 증가세를 보이자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투기로 인한 시장 과열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면서도 필요시 가계대출 관리 조처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3일 기자들과 만나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증가했지만, 비은행 주담대나 은행 신용대출은 감소세에 있다”면서 “현재 증가 폭은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한은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에 우려를 표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13일 금융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여러 금통위원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큰 우려를 표했다”며 대출 규제 완화 기조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한은은 최근 내놓은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과 영향, 연착륙 방안’ 보고서를 통해서도 DSR 예외 대상 축소 등 규제 개선을 주문했다.

한은이 이날 공개한 7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의사록 따르면, 금통위원 6명 전원은 개별 의견 개진 과정에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축 기조를 오래 이어가야 할 뿐만 아니라 필요하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입장도 보였다.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신중론’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규제 완화로 가계대출이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주택대출규제 완화와 정책대출 공급확대 등 정책 요인이 주택가격 회복 기대와 맞물린 결과란 점에서 앞으로도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가며 금융 불균형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투기로 인한 시장 과열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해 시행한 대출규제 완화로 인한 가계대출 잔액 증가는 미비한 수준”이라면서 “재작년에 한 달에 10조 원씩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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