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 주요 내용과 쟁점들을 산업재해 및 노동 전문 법무법인 마중의 김위정 부대표 변호사와 함께 자세하게 짚어 봤습니다.
Q. ‘노란봉투법’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노란봉투법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개정안으로, 노동조합법 제2조, 제3조의 내용을 일부 개정하거나 신설하는 것입니다.
그 내용은 크게 ‘1. 사용자 개념의 확장 2. 쟁의행위 대상의 확대 3. 손해배상 책임의 개별화 4. 신원보증인의 면책’으로 나뉩니다. 신원보증인의 면책에 대해서는 신원보증인이 피보증인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외에는 별도 해석이 필요하지 아니할 정도로 단순하고 쟁점화 되지도 않은 부분이므로 따로 설명 드리지 않습니다.
먼저 사용자 개념의 확장부터 말씀드리면, 현행 노동조합법에서의 사용자 개념은 어떠한 유형이든 그 사용자가 근로자와의 직접적인 근로계약관계 내에 있을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하여,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 법리는 대법원 판례에서 부당노동행위의 지배·개입을 하지 아니할 의무를 지는(노동조합법 제81조 제4호), 즉 구제명령의 대상으로서의 사용자를 획정할 때 사용하는 법리를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 참조).
이 법리가 현행 노동조합법 전체는 물론, 부당 노동행위 제도 전체에서도 적용된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중앙노동위원회나 제1심 법원에서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 노동행위에 관해 이 법리를 사용한 경우는 있으나(중앙노동위원회 2021. 6. 2.자 중앙2021부노14 판정, 서울행정법원 2023. 1. 12. 선고 2021구합71748 판결), 이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대법원 판례 법리로 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요약하면 노란봉투법에서 확장하고자 하는 사용자개념 부분은 현행 대법원 판례상으로는 부당 노동행위의 지배·개입을 할 수는 없다는 한도에서만 사용자로 인정되고 있었는데, 이를 노동조합법 전체로 확대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에 따르면 원·하청관계의 내용, 원청의 지배력, 하청의 실체 등에 따라, 하청의 근로자도 원청에 노동3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로 쟁의행위 대상의 확대에 대해 말씀드리면, 현행 노동조합법에서 민·형사상 책임이 면책되는 쟁의행위는 ‘근로조건의 결정’에 대한 것입니다(노동조합법 제2조 제5호). 노란봉투법은 이를 ‘근로조건’에 대한 것으로 바꾸고자 합니다. 학설은 이미 형성된 법률관계의 해석이나 이행 여부에 관한 분쟁을 권리분쟁으로, 아직 형성되지 않은 법률관계를 유리하게 형성하려는 분쟁을 이익분쟁으로 구분합니다. 대법원이 관련하여 명시적으로 판시하지는 않았으나, 1998년 노동법 개정 과정을 통해 ‘근로조건’ 일반이 아닌 ‘근로조건의 결정’이라는 문구가 노동조합법에 명시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현행 노동조합법에서 규정하는 쟁의행위는 이익분쟁에 관한 쟁의행위만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통설적 지위에 있습니다.
즉 현행 노동조합법상으로 권리분쟁에 해당하는 사항인 체불임금 청산, 단체협약 이행요구, 부당노동행위의 구제 등은 널리 알려져 있듯이 법원, 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등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지 쟁의행위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에 의하면 이 또한 쟁의행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게 됩니다. 이를 앞서 말씀드린 사용자개념의 확대와 결합하여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청 근로자가 체불임금을 이유로 원청에 대해서 쟁의행위를 할 수도 있게 되는 것입니다.
세 번째로 손해배상 책임의 개별화에 대해 말씀드리면, 기존에는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대부분 민법상의 불법행위 책임으로, 이는 부진정 연대책임인바 이 경우 가해자들은 피해자에 대하여 각자 전액의 배상책임을 지고(민법 제760조), 개별적인 책임부분은 가해자 사이에서 구상하도록 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법원이 노동조합의 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의무자별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것인 바, 각 행위자별로 손해배상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지난달 대법원은 현대자동차가 현대차 노조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15일과 29일 연달아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해당 대법원 상고심 판결 입장은 무엇인가요? 법리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A. 크게 두 가지로 첫 번째는 부진정 연대채무자들 사이에서도 개별 채무자의 상황에 따라 책임제한의 비율이 다를 수 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부진정 연대책임이라는 전제 하에서 책임제한이 개별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2다82220 판결), 쟁의행위에 적용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두 번째는 기존 대법원은 기업이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비용, 즉 고정비용은 정상 조업이 이뤄졌을 경우 모두 매출에 포함돼 회수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지출하지 아니하는 비용이 되는 것인데, 쟁의행위로 인해 정상 조업이 이루어지지 아니하였으므로 고정비용을 회수할 수 없게 되는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정비용 상당액은 모두 손해로 보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1993. 12. 10. 선고 93다24735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은 “위법한 쟁의행위가 종료된 후 제품의 특성, 생산 및 판매방식 등에 비추어 매출 감소를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상당한 기간 안에 추가 생산을 통하여 쟁의행위로 인한 부족 생산량의 전부 또는 일부가 만회되는 등, 위법한 쟁의행위로 조업이 중단되어 생산이 감소되었더라도 그로 인하여 매출 감소의 결과에 이르지 아니할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다면 고정비용을 모두 손해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존 대법원의 입장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정비용 상당액은 모두 손해라는 것이고, 대상판결은 이 특별한 사정을 인정한 것이므로 이 부분도 법리적인 측면에서 기존 대법원의 입장과 달라진 바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Q. 정치권에서는 입법 영역인 ‘노란봉투법’을 진보적인 대법관들로 채워진 대법원이 법리로써 뒷받침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합니다. 정당한 비판인가요?
A. 구체적이고도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사법부가 제시한 법리에 대한 정치적 비판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개별적으로 보아도 노란봉투법은 명시적으로 부진정 연대책임을 부정하는 반면 대상판결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부진정 연대책임이라는 전제 하에서 책임제한이 개별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기존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쟁의행위에 적용했을 뿐이어서 대상판결의 취지가 노란봉투법의 내용과 법리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이 법리로써 노란봉투법을 뒷받침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기타 사용자 개념의 확대에 관한 법리는 대법원이 부당 노동행위의 지배·개입에 대해 이미 과거에 확립한 법리이고, 입법자가 이를 확대하여 적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쟁의행위 대상의 확대도 대법원 판결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습니다.
관련하여 대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부진정 연대책임의 경우에도 손해배상 책임의 개별화가 가능하다는 원칙을 제시한 이래(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2다82220 판결), 최근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하여 개별 조합원이 손해배상책임을 질 경우,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는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7다46274 판결).
노란봉투법은 법리적으로 부진정 연대책임을 부정하는 성격을 가지는 반면 해당 대법원 판결은 부진정 연대책임라는 전제 하에서 책임제한이 개별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어서 해당 대법원 판결 취지가 노란봉투법의 내용과 법리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결과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손해배상액의 개별화라는 것은 동일·유사합니다.
Q. 대법원은 “이번 판결은 기업에게 새로운 입증 책임을 지우거나 더 무거운 입증 책임을 지우는 것과 무관하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봉쇄하는 효과가 있다거나 개인별로 손해를 입증하게 됐다는 주장은 판결을 정확하게 이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지적은 올바르다고 볼 수 있나요?
A. 올바른 것으로 보입니다. 통설이자 판례의 입장인 법률요건분류설에 따라, 원칙적으로 과실상계 사유 또는 책임제한 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가해자에게 있다고 봄이 타당합니다. 대상판결에서 가해자는 노동조합과 조합원입니다. 대상판결이 부진정 연대책임을 인정하므로 공동불법행위자들인 노동조합과 조합원의 공동불법행위로 인하여 기업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기업이 증명한다면 노동조합과 조합원이 기업의 손해 전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경우에 기업이 아닌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이 책임제한 사유나 과실상계 사유에 관하여 증명책임을 다 한다면 그 책임을 개별적으로 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대상판결의 의의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대상판결은 개별적인 책임제한 사유를 따져 보아야 한다는 입장에 그칠 뿐, 그에 대한 증명책임은 기업이 아니라 노동조합이나 조합원에게 부과됐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Q. 파업으로 인한 회사가 입은 손해에 대해 사측이 파업에 동참한 노동조합 또는 노조원 개개인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경우가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나요?
※ 이 부분은 노동법 박사과정 쟁의행위법론 수업의 한 주제 발제문 정도 되는 분량의 내용입니다(A4 용지 20~30장 가량). 그만큼 여러 국가의 여러 사례가 있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기본적인 사항만 말씀드립니다.
A.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는 국가라면 법이 정한 범위 내의 파업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이 정한 범위에서 벗어난 파업의 경우, 특별한 사정을 요구하는 프랑스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국가에서는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 아닌 개별 노조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계약 위반이나 불법행위 등 이유를 들어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일본‧영국‧독일 등 개별 근로자에게는 관례상 청구하지 않거나 인정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국가들이 있습니다.
Q. 노란봉투법이 우리 사회 노동 환경에 미칠 파급효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긍정적으로는 원청과 하청이라는 기업형식 뒤에 숨어 권한은 행사하면서 노동3법에 따르는 책임을 지지 않는 원청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또한 단체행동권은 단체교섭권의 실효적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용자개념의 확대를 통해 단체행동의 대상이 확대되고, 손해배상 책임의 개별화를 통하여 리스크가 감소함으로써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다른 것보다 단체교섭을 택할 유인이 높아지므로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근간인 노사자치의 원칙이 제고될 수 있습니다.
부정적으로는 위와 같은 효과를 위해 다른 가치가 일부 희생될 수 있습니다. 사용자 개념이 무분별하게 확대된다면 계약법적 원칙에 가하는 영향에 따라 법적 안정성이 약화될 수 있고, 쟁의행위 대상이 넓어짐으로써 상대적으로 신속한 사법적·준사법적 해결책에 비해 분쟁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으며, 손해배상 책임이 개별화됨으로써 사용자 측의 피해가 충분히 만족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김위정 변호사
제6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수원지검 평택지청 피해자지원 법무담당관과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송무부 법무관을 지냈다. 현재 산업재해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마중에서 부대표 변호사를 맡아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및 형사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