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밥상 물가…추석까지 장기화 관측
"소비심리 위축될라"…대형마트 할인전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농작물과 가축 피해가 속출하면서 상추 등 채소류는 물론 축산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향후 태풍 피해 가능성도 있어 물가 상승이 추석까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적상추(4㎏) 도매가격은 8만7340원으로 한 달 전(1만9305원)보다 무려 352.4% 급등했다. 시금치(4㎏)도 5만9980원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225.8% 상승했다.
이 기간 깻잎(2㎏) 도매가격도 107.9% 오른 3만9520원으로 집계됐다. 애호박 도매가는 20개에 3만8380원으로 한 달 전보다 141.9%, 오이(다다기)는 100개에 8만8100원으로 94.2% 가격이 뛰었다.
축산물 가격 역시 오름세다. 한국소비자원 정보서비스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주 돼지고기 삼겹살(100g)과 목살(100g)의 유통업체 평균 판매가격은 각각 3853원, 3704원으로 조사됐다. 2주 전보다 각각 7.1%, 4.5% 가격이 뛰었다. 소고기 등심(1등급·100g)도 1만1329원에서 1만1977원으로 5.7% 상승했다.
이는 최근 집중호우로 농작물들이 침수되고 가축들이 집단 폐사했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5일 오전 11시 기준 농작물 3만5036.8헥타르(ha)가 물에 잠기고 농경지 612.7ha가 유실·매몰됐다. 가축은 87만2000마리가 폐사했고 59.9ha 규모의 축사와 비닐하우스도 파손됐다.
채소와 축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요식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곁들임 반찬인 상추나 김치 등을 제공하는 게 부담스러워졌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밥상 차리기가 두려워진 것은 마찬가지다. 경기도 하남에 사는 직장인 오현경(27) 씨는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10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흔하다" 며 "특히 쌈 채소류는 가격이 너무 올라 절반 가량 줄여서 구매하거나 최근에는 아예 사지 않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마가 도화선이 된 물가 상승은 추석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장마가 끝나면 폭염과 태풍까지 예고돼 추가 상승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대형마트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종 할인 행사에 나서고 있다.
홈플러스는 다음 달 2일까지 강원 산지 다다기오이 등을 ‘맛난이 농산물’로 하루 5000봉 판매하고 26일까지 삼겹살·목심을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30% 할인한다.
롯데마트도 오이와 함께 국내산 삼겹살·목심(100g·냉장)을 최저가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마트는 기존 월 1회 한우 할인 행사를 월 3회로 늘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장마철 폭우로 인한 침수, 일조량이 부족한 탓에 정상품의 공급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농산물의 품질을 유지하고 원활한 공급을 위해 로컬 MD들이 산지를 돌아다니며 침수 피해가 적은 산지 물량을 확보, 산지별로 농산물을 분산 출하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