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회복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교권 강화와 관련해 교육부 고시 제정과 자치조례 개정 추진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같이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에서 교권 강화를 위해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한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이 최근 마무리된 만큼 일선 현장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인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일관되게 교권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며 "교권 확립이 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고 학생에게 도움 된다는 정책 철학에 기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교사의 학생 생활 지도권을 명문화한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했고 지난 6월 말에는 교원이 학업, 안전, 인성 등에 대해 조언과 상담, 주의, 훈육 등을 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며 "다음 달 안으로 교육부 고시를 개정해 교육상 부적절한 물건 소지와 수업시간 중 주의, 훈계 등 시행령에서 위임한 학생지도 방식의 구체적 범위를 규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학교장, 교사가 학업이나 진로, 인성·대인관계 분야에서 학생들을 훈계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의결한 바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학교장이나 교원은 학업·진로, 보건·안전, 인성·대인 관계 등의 분야에서 조언이나 상담, 주의,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
최근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등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시행령의 가이드라인(지침) 마련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교사노동조합연맹에서 교권 보호·회복에 대한 현장 교원 간담회를 열고 "학생 인권만을 주장해 교원의 교육활동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이 더 침해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일선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생활지도 범위·방식을 규정한 교육부 고시안을 8월까지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자치조례 개정'은 최근 교육부가 정비하겠다고 밝힌 학생인권조례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제정된 뒤 17개 시·도 교육청 중 서울을 비롯한 6개 교육청에서 제정돼 시행 중이다. 성별·종교·가족 형태·성별 정체성·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폭력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권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을 한명의 인격체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이 조례를 과하게 해석해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주호 부총리는 이날 현장 교원 간담회에서 "학생인권조례로 수업 중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게 곤란하고, 사소한 다툼 해결도 어려워 교사의 적극적 생활지도가 크게 위축됐다"며 "교육청과 협의해 불합리한 학생인권조례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조례를 만들었던 지역이나 교육청에서도 문제가 있으니 손질해야겠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걸 보면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교육 현장을 왜곡하고 우리 선생님들의 학습, 생활 지도권을 많이 침해하는 건 사실 아니냐는 합리적인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럴 부분에 대해 고칠 것이 있으면 고쳐보자, 그런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