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품 혼입, 허가사항과 다른 제조 등 의약품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적발되면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한국휴텍스제약이 제조·판매하는 ‘레큐틴정’ 등 6개 품목에 대한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위반이 확인됐다. 품목은 레큐틴정을 비롯해 록사신정, 에디정, 잘나겔정, 휴모사정, 휴텍스에이에이피정 325㎎이다.
한국휴텍스제약은 제조 과정에서 첨가제를 임의로 늘리거나 줄여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제조기록에는 허가사항과 동일하게 제조한 것으로 거짓 작성했다. 6개 품목 외에도 시험성적서·출하승인서 미작성 등 GMP 기준을 위반한 품목도 추가 확인됐다. 식약처는 해당 품목에 대해 약사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 GMP 적합판정 취소제도를 도입했다. GMP 적합판정을 거짓·부정하게 받거나 반복적으로 GMP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한 경우 GMP 적합판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휴텍스제약은 제도 도입 이후에도 위반행위를 지속적으로 한 것으로 나타나, GMP 적합판정 취소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엔 현대약품이 치미치료제인 ‘타미린정’ 포장용기에 고혈압치료제 ‘현대미녹시딜정’ 라벨을 붙여 유통한 사실을 확인해 회수 조치에 나섰다. 중증고혈압 치료제인 현대미녹시딜정은 발모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오프라벨(적응증 외 처방) 탈모 치료제로 흔히 사용된다. 이번 회수는 제품 혼입을 발견한 약사의 신고로 이뤄졌다. 현대약품은 당일 생산 제품 1만9991병을 자진 회수하기로 했다.
뇌전증과 영아 연축 치료제인 한독의 ‘사브릴정500㎎’도 이달 14일 회수 조치가 진행됐다. 사브릴정 주성분인 비가바트린외에 다른 성분인 ‘티아프리드’가 미량 검출됐다는 해외 안전성정보 때문이다. 한독은 이탈리아 소재 주성분 제조원에서 티아프리드 성분 제조 후, 동일 제조설비로 비가바트린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잇따른 의약품 문제 발생에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의약품 혼입사고 조사 결과 7건이 발생했지만, 제품 회수·폐기 현황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시민회의 측은 “의약품 사고는 어떤 사고보다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다. 소자가 안전하게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제약사의 안전관리는 국민의 건강에 아주 중요한 이슈”라며 “허가를 받을 때와 마찬가지로 품질에 대한 안전관리를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원장은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어느 누가 하더라도 똑같은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회사 내 매뉴얼을 만드는 등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 제조·유통 등 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추후 비슷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약처는 한국휴텍스제약의 GMP 위반 여부의 경우 불시점검을 통해 확인한 만큼, 앞으로도 불시점검을 수시로 진행해 제약사의 품질관리 여부 확인을 강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