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 김혜수 "전 힘찬 배우인가 봐요 하하하"

입력 2023-07-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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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서 해녀 춘자 역 맡은 김혜수
"힘 덜어내고 싶지만... 내 고유성"
수중 촬영도중 이마 찢어지기도
염정아와 팀워크 "이런 거구나" 실감
"극장 꼭 와야되는 이유 어딨겠나,
오고 싶으면 오는 것, 그게 관객 선택"

▲'밀수'에서 해녀 춘자 역을 맡은 김혜수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밀수'에서 해녀 춘자 역을 맡은 김혜수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전 그냥 좀 힘찬 배우인 가봐요”

김혜수가 크게 웃었다. 류승완 감독의 '밀수' 개봉을 한 주 앞둔 19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배우마다 기질이 다르고, 강력한 무기와 고유의 단점이 늘 있다”면서 연기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전했다.

26일 개봉하는 해양 오락영화 ‘밀수’ 속 춘자(김혜수)는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생존형 해녀다. 선장 아버지의 우직함을 물려받은 해녀들의 대장 진숙(염정아)과는 달리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뭐든 하는 ‘떠돌이’다.

▲'밀수' 스틸컷 (NEW)
▲'밀수' 스틸컷 (NEW)

잔혹한 밀수왕 권상사(조인성)에게 은밀한 거래를 제안하고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건달 장도리(박정민)를 심하게 몰아치는 춘자의 얼굴에는 과장된 캐릭터성을 부여해 생동감을 끌어올리는 김혜수 특유의 ‘기술’이 녹아들었다.

영화 '타짜'(2006)의 정마담과 '도둑들'(2012)의 팹시, 드라마 '직장의 신'(2013)의 미스김과 '소년심판'(2022)의 심은석 판사처럼 김혜수의 존재감이 유독 빛났던 흥행작 속 인물들도 대부분 그 특성을 캐리커처 그리듯 명료하게 보여줬다.

다만 같은 이유로 밥 먹고 출근하는 듯한 일상적인 분위기의 ‘생활 연기’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는 18일 CGV 용산에서 열린 ‘밀수’ 언론시사회에서 “염정아 씨는 힘을 빼고 (연기)하지만 많은 걸 전달하고 느끼게 해주고, 나는 좀 힘을 덜어내야 하지 않나 생각하는데도 또 힘이 들어가 있어서 죽겠다”고 말했다.

▲'밀수' 스틸컷 (NEW)
▲'밀수' 스틸컷 (NEW)

이날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다시 한번 받은 김혜수는 “힘이 느껴진다는 건 좋은 의미기도 하지만 때로는 보는 사람에게 부담이나 불편함을 주는 불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그간 내가 갖지 않은 걸 가진 배우들, (연기가) 좀 더 유연하고 유려한 사람들을 부러워했다”고 했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스스로가 어떤 고유성을 가진 배우인지 인정하기까지 굉장히 긴 시간이 걸렸다”는 그는 다만, “신이 아닌 다음에는 한 사람만 모든 걸 다 가질 수도 없고 설사 다 가졌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환호하는 명장면을 만드는 명배우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영화가 수백 명의 현장 스태프, 연출자와 연기자, 후반 작업자를 거쳐 완성되는 ‘팀 작업’인 만큼 각자의 고유한 장단점을 지닌 배우가 합세해 어떤 종류의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밀수’ 현장에서는 큰 행복을 느꼈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작품을 할 때마다 ‘이 일을 하는 나는 뭔가’ 하는 정체성을 생각하는데 ‘밀수’ 촬영 동안에는 내 정체성이 ‘팀원’이라는 게 느껴져 좋았다”고 전했다.

‘도둑들’ 당시 경험한 물 속에서의 공황장애 경험을 극복하고 직접 잠수하는 해녀의 물질 연기를 매끄럽게 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다.

염정아, 김재화, 박경혜, 박준면, 주보비 등 동료 배우가 미리 훈련해 선보인 “기가 막힌 물속 움직임”을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고 한다. 이야기 도중 당시 기억이 떠오른 듯 “이럴 수도 있구나”, “팀워크라는 게 정말 대단한 거구나”를 몇 차례 읊조리기도 했다.

▲'밀수' 스틸컷 (NEW)
▲'밀수' 스틸컷 (NEW)

물 속 촬영 중 수경이 깨지면서 이마가 찢어지는 사고도 있었다. 이날 이마를 전부 가리는 두건을 두르고 나타난 그는 “조명을 잘 쓰면 화면에는 안 보이지만 그림자가 지면 그대로 보인다”고 했지만, 주변의 걱정을 우려한 듯 “쇳덩이 장비에 부딪히며 생긴 일인데 그만하길 정말 다행이다. 정말 잘 아물었다”며 웃는 모습도 보였다.

인터뷰 말미 ‘밀수’를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묻는 말이 나오자 “꼭 그래야 할 이유가 뭐가 있겠냐. 오고 싶으면 오는 거고 그게 진짜 관객의 선택인 것”이라는 시원한 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지구상에 해녀가 존재하는 나라도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로 굉장히 소수"라면서 "해녀가 수중에서 이런 활약을 하는 영상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지구상에서 단 한 번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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