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인사이드] 대한민국서 유난히 안 팔리는 車…이유 있었네

입력 2023-07-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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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왜건과 해치백의 무덤
유럽 인기車 PHEV, 한국선 시큰둥
시장 주름잡던 7인승 미니밴 퇴출
연료 단가 싼 LPG차 인기도 제한적

▲'고급차=세단' 이라는 등식이 뚜렷한 한국땅에서 해치백은 설 자리를 잃은지 오래다. 경차를 제외하면 현대차 벨로스터 N이 국내에서 팔리는 유일한 국산 해치백이다.  (사진제공=현대차)
▲'고급차=세단' 이라는 등식이 뚜렷한 한국땅에서 해치백은 설 자리를 잃은지 오래다. 경차를 제외하면 현대차 벨로스터 N이 국내에서 팔리는 유일한 국산 해치백이다. (사진제공=현대차)

◇대한민국은 해치백의 무덤

2박스 타입의 해치백(hatch back) 자동차는 대표적 비인기 자동차다.

해치백은 전통적인 3박스 타입 세단과 달리 실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달리기도 경쾌하다.

길이 대비 차 앞머리가 무거운 이른바 '헤비 헤드(Heavy Head)' 구조인 덕에 앞바퀴를 위에서 눌러주는 힘이 크다. 앞바퀴를 눌러주는 힘이 크다 보니 접지력이 커지고, 운전대를 돌리면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차 앞머리를 비틀 수 있다. 세단보다 몸 놀림이 가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해치백, 왜건이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 배경이 존재한다.

먼저 세단에서 시작한 자동차 문화가 이유다. '고급차=세단'이라는 등식도 한 몫을 한다. 차 회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도 모두 세단이기 때문이다. 한때 독일과 일본의 고급차 브랜드 역시 이런 이유를 앞세워 세단만 생산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자동차가 부와 성공을 상징한다. 대표적인 고가 소비재로 차종과 브랜드가 오너의 가치를 대변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해치백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다.

가격도 관건이다. 해치백은 동급 세단보다 가격이 비싸다. 언뜻 차체가 작아 가격이 쌀 듯하지만 오히려 반대다.

해치백은 차 뒤쪽에 트렁크 공간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후방 충돌 때 상대적으로 승객의 상해 가능성이 크다.

제조사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트렁크와 '언더 보디' 등 보이지 않는 곳곳에 다양한 보강재를 덧댄다. 이른바 '충돌 상품성' 강화 전략이다. 그 탓에 오히려 가격은 세단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가장 효율적인 친환경차다. 다만 완속 충전만 가능하다는 게 국내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다. 사진은 LF쏘나타 PHEV.  (사진제공=현대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가장 효율적인 친환경차다. 다만 완속 충전만 가능하다는 게 국내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다. 사진은 LF쏘나타 PHEV. (사진제공=현대차)

◇유럽 인기 車 PHEV…한국은 "글쎄"

유럽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꽤 인기다.

PHEV는 일반 하이브리드와 유사한 개념이다. 다만 주행 중 바퀴를 돌려서 배터리를 충전하는 일반 하이브리드와 달리 PHEV는 충전기를 꽂아 충전할 수도 있다. 배터리를 가득 채우면 초기 50km 안팎은 오로지 전기로만 달릴 수도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성장한 PHEV 시장은 여전히 그 인기가 유럽에 국한돼 있다. 유럽 주요 자동차 제조사는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PHEV를 개발해 시판 중이다. 일정 비율 이상 친환경차를 만들어 판매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PHEV가 안 팔리는 배경 가운데 하나는 역시 충전이다. 충전기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물론 완속 충전만 가능하다. PHEV의 최대 단점이다. 성격 급한 오너라면 자칫 울화통이 터질 수도 있다.

▲한때 값싼 연료비(LPG)와 세금 등을 누렸던 7인승 미니밴은 모두 사라졌다. 9인승까지 승용차로 분류되면서 이들이 쥐고 있던 혜택을 정부가 모조리 빼앗았다. 한때 5인승 SUV마저 3열에 2인승 시트를 구겨넣어가며 7인승 혜택을 노렸으나 이제 더는 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   (사진제공=기아)
▲한때 값싼 연료비(LPG)와 세금 등을 누렸던 7인승 미니밴은 모두 사라졌다. 9인승까지 승용차로 분류되면서 이들이 쥐고 있던 혜택을 정부가 모조리 빼앗았다. 한때 5인승 SUV마저 3열에 2인승 시트를 구겨넣어가며 7인승 혜택을 노렸으나 이제 더는 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 (사진제공=기아)

◇7인승 미니밴의 종말

2000년대 초, 국내 자동차 시장은 미니밴 3파전이 치열했다. 현대차와 기아, 지엠대우가 각각 새 모델을 내놓고 경쟁했다. 요즘 소형 SUV 시장에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당시 IMF 외환위기를 막 벗어난 한국은 여전히 고유가에 허덕이며 힘든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7인승 모델은 승합차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연료비가 싼 LPG를 사용할 수 있었다. 나아가 배기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승용차와 달리 승합차(7인승 포함)는 연간 5만 원대 세금이면 충분했다.

자연스럽게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소형(7인승) 미니밴 시장이 급성장했다. 심지어 5인승 SUV마저 이런 세제 혜택을 노리기 위해 3열 적재함에 억지로 2인승 시트를 구겨 넣었다.

오너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2인승 시트를 심어 넣으면 80만 원 안팎이던 세금이 5만 원까지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그냥 두지 않았다. 일정 유예 기간을 두고 승용차의 기준을 9인승까지 끌어올렸다. 더는 세제 혜택을 누리지 못하자 많은 이들이 미련 없이 7인승 소형 미니밴과 SUV를 등졌다.

▲LPG 연료규제도 LPG 업계를 일으켜 세우지는 못했다. LPG 엔진 기술의 부재, 나아가 전기차의 확산, LPG 가격의 상승 등이 원인이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
▲LPG 연료규제도 LPG 업계를 일으켜 세우지는 못했다. LPG 엔진 기술의 부재, 나아가 전기차의 확산, LPG 가격의 상승 등이 원인이다. (사진제공=르노코리아)

◇연료비 싼 LPG차…규제 풀어도 시장 반응은 '시큰둥'

2019년 3월 LPG의 자동차 연료 사용 규제가 완화됐다. 영업용과 승합차 등으로 제한했던 규제가 풀리면서 큰 관심이 쏠렸다. 상대적으로 값싼 연료비 덕에 LPG 자동차의 증가를 점치는 시각도 많았다.

실제로 규제 완화 이듬해인 2020년에는 LPG 자동차 등록대수가 10년 만에 상승했다. 그러나 소폭 상승한 것을 끝으로 LPG 자동차는 더는 인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먼저 LPG 엔진의 한계가 뚜렷했다. 그동안 LPG 연료에 관한 연구와 개발에 소홀한 탓에 정작 LPG 사용 규제가 완화됐으나 고객이 만족할만한 기술을 내놓지 못했다.

같은 내연기관 엔진이었으나 LPG는 별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나아가 LPG 연료 규제를 완화했던 2019년은 본격적으로 전기차가 시장을 확대하던 때였다. 전기차 유지비가 LPG보다 저렴했다.

규제 완화를 앞세워 큰 성장을 기대했던 LPG업계는 전기차 등장에 막혀 여전히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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