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엘리엇 배상 결정' 불복…법무부 "계산 오류 있어" 취소소송

입력 2023-07-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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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CI. (이투데이 DB)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CI. (이투데이 DB)

우리 정부가 미국 사모펀드 엘리엇에 약 1400억 원을 배상하라는 중재판정부 결정에 불복하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8일 법무부는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불복절차개시’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는 엘리엇 ISDS(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문에서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계산상 오류와 불분명한 판시사항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중재판정부 판정에 대한 정정‧해석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우리 정부가 엘리엇에게 손해배상금 5358만6931달러(판정 당시 환율 1288원 기준 약 69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엘리엇 최초 청구 금액 7억7000만달러(약 9917억 원) 중 배상원금 기준 약 7%가 인용된 것이다. 여기에 복리 이자, 법률비용 등을 더하면 배상액은 1억781만264.9달러로 약 1389억 원(판정선고일 당시 환율 1288원 기준)이다.

“손해배상금 산정에 문제”

우선 법무부는 판정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의 손해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합병 후 엘리엇 측에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 금액’으로 공제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계산에서 합의금의 ‘세후 금액’을 공제한 계산상 오류가 있고 그로 인해 손해배상금 원금이 약 60억 원 이상 증가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재판정부는 손해배상금 원금에 붙는 판정 전 이자(326억 원 상당)는 ‘원화’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지만, 판정 주문에는 ‘미화’로 지급하라고 명시하는 등 불일치가 있다고 꼬집었다.

“ISDS, 재판 권한 잘못 해석”

무엇보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에 재판권이 없어 정당한 취소 사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중재판정부가 ‘한-미 FTA상 관할’ 인정 요건, 즉 재판 권한을 잘못 해석했다는 것이다.

영국법상 중재판정에 대한 취소 소송 요건은 △관할 위반(중재합의 범위 일탈) △절차상 중대한 하자 △영국법 위반 등인데, 이 가운데 ‘관할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당한 취소 소송 사유 존재”

법무부는 상법을 언급하며 “‘소수주주는 자신의 의결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원칙”이라며 “삼성물산의 여러 소수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합병에 대한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다른 소수주주인 엘리엇의 투자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중재판정부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엘리엇에 대한 조치라고 판단했는데 이 부분이 상법상 대원칙에 반하고 ‘관련성’ 요건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이 한국법상 국가기관은 아니지만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의결권 행사 책임도 정부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한-미 FTA가 정하지 않는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해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데일리DB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데일리DB

또한, 법무부는 한-미 FTA 일방 체약국인 미국 역시 이 사건 중재판정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제출한 비분쟁당사국 의견서를 인용하며 ‘당국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비정부기관의 조치’는 ‘그 기관이 위임받은 정부적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당국의 조치 및 귀속 요건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대한민국 법원에 제기한 합병무효소송과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대한민국 법원은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직권남용 등 위법행위가 있더라도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독립된 의결권 행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점도 강조했다.

법무부는 “정부가 취소 소송을 제기해 바로 잡지 않을 경우, 향후 우리 공공기관 및 공적 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ISDS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 농후하다”며 “본건과 유사한 사실관계에 근거해 절차가 진행 중인 관련 ISDS 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 건과 별개로 삼성물산의 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이 유사한 사안에서 약 2억 달러의 손해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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